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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부티크> 리뷰 -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아서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3. 23:40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아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에로틱 부티크>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시유


성인용품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트지가 덕지덕지 발린 외관에 선뜻 발을 들일 수 없는 낡고 칙칙한 분위기일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성인용품들은 오로지 남성을 위한 물품들이다. ‘성욕’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 남성의 전유 욕구로서 여겨지며 오로지 남성에게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일쑤였다. 정말 성욕이라는 것은 남성만이 느낄 수 있는 욕구일까? 여성은 성욕을 느껴서도, 해소해서도 안 되는 것일까? 낙담하기엔 이르다. 여기,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성인용품점 ‘에로틱 부티크’가 있다. 



여성만을 위한 성인용품점, 에로틱 부티크

영화의 주인공 엠마는 남편과 두 명의 자녀를 둔 50대 무직 여성이다. 평생을 한 남자의 아내로서,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살아오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본 적 없었던 엠마. 그러던 어느 날 엠마의 남편은 갑작스럽게 이혼을 요구한다. 직접적인 수입이 없는 까닭에 이혼하게 되면 살아갈 길이 막막해질게 빤한 엠마는 우연히 성인용품점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접하고 망설임 없이 매니저로 취업을 하게 된다. 막상 성인용품점의 매니저가 되고 나니 가게는 어둡고 칙칙하며 가게를 찾는 손님마저도 남성이 전부이다. 엠마는 큰 결심을 한 듯 이 낡고 어두운 가게를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성인용품점으로 탈바꿈한다. 

엠마를 비롯한 단골손님들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성욕을 해소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엠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며, 스스로에 대해 깨달아가게 된다.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아 헤매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엠마는 그렇게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둘씩 깨달아나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연 엠마는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여성의 성욕 드러내기, 그 금기를 깨다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여성의 성욕은 마치 없는 것 또는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성욕이라는 것은 오롯이 남성에게만 허용된 것처럼 비쳤고 그러는 사이에 여성의 성욕은 지워지고 가려졌다. 동시에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 역시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여성은 점점 더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에로틱 부티크>는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을 소재로 내걸면서 이러한 금기들을 유쾌하게 깨버린다.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아 헤매는 엠마와 여성들을 보고 있으면 그 유쾌함에 웃음이 절로 난다.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고 싶은 당신 그리고 시원하게 여성의 성욕에 대해 말하고 싶은 당신, 또는 한바탕 유쾌한 웃음을 원하는 당신이 눈여겨봐야할 영화 <에로틱 부티크>를 반드시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