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피움

영화관에서 캠프파이어를! 새벽을 ‘밝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1. 10. 7. 20:14


10.08. Sat. AM00:00 Midnight  예매하기



10월 8일 자정(7일 밤 11시 59분 이후를 뜻하는 것이니, 착각은 금물!)에 시작하는 심야상영은 각기 다른 개성과 분위기를 지닌 세 편의 장편, <크라임 애프터 크라임(Crime After Crime)>, <태권이란소녀(Kick in Iran)>,<셰헤라자드, 텔 미 어 스토리(Scheherazade, Tell Me A Story)>로 준비되었다.

심야상영의 첫 작품은 요아브 포타쉬(Yoav Potash) 감독의 다큐멘터리 <크라임 애프터 크라임>. 동거남으로부터 폭행과 성매매를 강요당해온 주인공 데비 페글러(Debbie Peagler), 그녀는 남자친구의 살해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26년 동안 수감중이다. 그러나 두 명의 신참 변호사들을 만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법적공방에 들어선다. 형사사건 경험이 전무한 두 변호사가 그녀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더 깊게 이해하고 함께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역시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공감대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선댄스 영화제, 밀라노 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크라임 애프터 크라임>은 폭력의 참혹함을 초월하여, 해방을 향한 힘차고 당당한 에너지를 보여줄 것이다. 제5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이 영화를 놓칠 수 없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것.

이어지는 영화 <태권이란소녀>에서는 잃어버릴뻔한 재기발랄함(?)을 충전해보자. 파티마 게자 앱돌러히언(Fatima Geza Abdollahyan) 감독의 이 다큐멘터리는, 철저한 남성 중심의 이란 사회에서 여성 최초로 올림픽 출전을 하게 된 태권소녀, 사라(Sara)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전문 운동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종교적 법률체계 때문에 항상 히잡(Hijab)을 두르고 태권도를 한다. 상상해보라, 얼마나 거추장스러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그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다. ‘최초’란 본래 고독하고 힘겨운 것일 터, 야심한 시각, ‘태권도의 나라’에서 이란의 태권소녀를 응원해보자.

심야상영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는 유스리 나스랄라(Yousry Nasrallal) 감독의 <셰헤라자드, 텔 미 어 스토리>다. 배경은 이집트. 이집트의 전통적/현대적 여성상을 모두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를 통해 피라미드, 스핑크스, 사막에 한정된 이집트에 관한 상상력을 확장해보자. 주인공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쇼호스트 헤바(Hebba). 그녀는 정치․사회 분야를 넘나들며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강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는 고위직 승진을 앞둔 남편의 ‘비정치적인 주제로만 쇼를 진행하라’는 제안을 두고 망설인다. 결국 남편의 청을 들어주기로 한 그녀가 선택한 새로운 이슈는 ‘여성.’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현대적 여성, 여전히 남성권력 아래에 숨죽이며 살아가는 여성 등 여러 여성들의 삶을 초대한 쇼는 점차 사회의 근본 논리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다. 천일야화(제목의 셰헤라자드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이다)처럼 그녀들의 상처의 기억은 끝없이 이어지고 헤바 또한 그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신이 채택한 가장 비정치적 이슈였던 ‘여성사’가 사실은 가장 정치적일 수 있음을 안 헤바. 그녀의 쇼는 한낱 정치쇼보다 더욱 짜릿한 자극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푸른 새벽이다. 약 5시간 동안의 심야상영이 끝나면, 당신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토요일 새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살아가며 토요일 이른 새벽을 볼 수 있는 경험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또 떠올려보라. 새벽동안 함께 조근조근 이야기 나눈 누군가와는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다는 것을.

맑고 푸른 10월의 새벽, 세 편의 이야기와 함께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시길.

한슬_제5회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