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피움

[난리피움] 1층 갤러리 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23. 16:00

제 6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주제는 탐정이었다.

탐정 ; 드러나지 않은 일을 몰래 살펴 알아내다

         정치를 즐기다

         정의를 찾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에 맞게 영화제는 아리랑 씨네 센터 곳곳에서 다채로운 이벤트를 매우 뜻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주제도 컨셉도 탐정. 우리는 한 사람의 탐정이 되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던 성차별적인 이야기와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들을 보고 직접 국회의원이 되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나는 많은 난리피움(행사)들 중 1층을 방문해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 안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슬픈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왜 우리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말이다. 여성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곧 나의 문제고 어머니와 할머니의 문제고 동생과 딸의 문제이기도 하다.


1층은 해외 여성폭력 예방 공익광고 갤러리, 상영작 하이라이트 상영갤러리, 추모와 기억의 공간, 정당방위 지지서명대, 쉼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안에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여성들의 이야기,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가해자를 상하게 해 재판을 받는 피해자, 방관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 갤러리에서 진행된 이벤트들을 좀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당시 갤러리에서 보았던 글들을 바로 옮겨 적겠다.


여기, 폭력에 저항한 여성들이 있다.

법은 '살인'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정당방위'라고 부른다.

법은 '가해자'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들을 폭력의 '생존자'라고 부른다.


1991년 2월, 최초 '정당방위'사건, 세상에 나오다

장이 파열되고 유산되는 등 남편으로부터 극심한 구타를 당해온 남씨. 1991년 2월 5일 폭력을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던 남편을 살해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들의 남편살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1991년 8월, 남편에 의해 살해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작되다

1991년 8월 30일 아내를 살해하고 토막 내 장롱에 감추고 행방불명된 남편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2012년 9월13일 파주시 공무원의 아내 토막살인 사건과 같은 아내살해는 19년 전에도 매우 유사하고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들이다.


1995년 3월, '부부싸움이니 관여할 수 없다'는 경찰이 돌아간 뒤...

사건발생 4일 전부터 폭력은 계속됐고, 보다 못한 딸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온 경찰은 엉망진창인 집안을 둘러보고 깨진 유리조각을 치운 후, '부부싸움이니 관여할 수 없다'며 돌아갔다. 경찰조차 외면한 가정폭력 상황에서 계속된 폭력과 성적학대에 견디다 못한 박씨는 남편이 잠든 사이, 남편을 살해했다.


1995년 3월, 어머니와 동생, 자신을 괴롭히는 가해자를 살해한 아들

18년간 자신과 어머니, 어린 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이혼한 후에도 어머니를 폭행해온 아버지를 아들 김씨가 살해했다. 사건 당시 김씨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온몸을 구타당해 걸을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언론은 어이없게도 그를 구명하기는 커녕 '아버지를 죽은 패륜'이라 불렀다.

지금, 디지털 시대라 부르는 이 현대는 어떠할까?

나도 옛날이야기였으면 좋겠다.


2012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된지 꼭 14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예전 같은 비극은 이미 사라졌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이 있으니, 그래도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여성상위시대라는 소문이 무성한 지금 가정폭력의 현주소는 바로 여기다.


2011년 11월, '술주정'이 부른 참극?

결혼 후 37년 동안 폭력에 시달려온 김씨는 술을 먹고 누워있는 남편을 살해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KBS는 '40년 술주정이 부른 참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죽고 죽이는 가정폭력의 참극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가정폭력'을 '술주정' 혹은 '부부싸움'으로 명명하며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간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존속살해의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했다. 어머니에 대한 구타에 분노한 아들은 아버지와 다투었고, 다음 날 화해를 청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디서 혼계냐, 다 죽여버리겠다'며 폭행을 했고, 결국 아들은 가해자를 살해했다. 가정폭력의 그 비극적 역사는 어떠한 변화나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되풀이 되고 있다.


2011년, 9월 온라인 육아커뮤니티가 앞장서 '정당방위' 구명운동을 시작하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전씨는 평소 온라인커뮤니티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곤 했다. 어느 날, 폭력을 피해 이웃에 도움을 청하러 간 사이 남편이 아이의 목덜미를 끌고 가자, 아이가 위험하다고 판단, 남편을 살해했다. 육아커뮤니티는 '아고라'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이슈청원을 시작했다. 여성의전화가 아닌 가정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구명운동을 시작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2012년 7월, 신고한 아들에게 '존속상해가 될 수 있다'며 도움을 거부한 경찰

가정폭력을 보다 못한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은 맞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아버지를 막은 아들에게 '존속상해가 될 수 있다'며 오히려 피해자와 피해자녀의 도움을 거부했다. 여느 때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의 행동을 참다못해 이씨는 남편을 살해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여성의 전화는 '정당방위'로 구명운동을 하고 있다.

부부싸움, 사랑싸움이라며 언제까지 가정폭력을 묵인할 것인가?

우리는 누군가가 폭력을 행사하고 그 폭력에 피해를 입고 있다면 신고를 해야하는 의무를 가진 시민이다. 언제까지 방관

자로 남을 것인가? 방관자 역시 또 한 사람의 가해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초점이 많이 흐려져서 찍히기는 했지만, 이 시는 무척 유명한 시다. 가정폭력에 관한 것으로, 밖에서는 여느 남편들보다 더 자상하게 부인을 대하면서 막상 집에서는 괴물이 되는 인간들을 고발한다. 묵인하고 참고 용서만 하다가 남는 것은, 내 무덤에 놓여질 꽃 밖에 없다는 것을. 그 죽음이 너무나도 허망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의 사례들은 언론에 노출된 사례들로, 극히 드물게 보도되고 극히 적은 사례들을 적어 놓은 것이다. 2009년~2011년 최소 209명, 2012년 8월 현재 최소 81명의 여성이 남편과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했다.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죽어간 여성들은 더 많을 것이다. 


우리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관심과 지지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정의 구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시민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때,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생긴다. 누군가의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이 있다면, 신고하는 것이 바로 의무다. 내가 신고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가 폭력에 희생될 때 누군가가 나를 도울 수 있을까? 더 이상 방관자가 되지 말자.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고, 생존자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

더 이상 가정폭력에 대해 관대해지지 말고, 범죄로 인식하고 사회문제로 자각하자.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이웃은 처참하게 그들의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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