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톡톡

피움 톡톡 (11/8) [회색 지대: 철창 안의 페미니즘]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19:16

“감옥에 가서야 안정을 찾아”

<회색 지대: 철창 안의 페미니즘> 피움 톡톡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회색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 스틸컷

 

8일 여성인권영화제는 <회색 지대: 철창 안의 페미니즘>을 상영하고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소장과 박정민 청주 YWCA 통합상담소 소장, 김수희 여성신문 기자가 영화를 본 관객들과 소통하는 피움 톡톡을 열었다. <회색 지대: 철창 안의 페미니즘>은 미국 아이오와 주의 여성교도소에 수감된 여성재소자들이 감옥에서 페미니즘을 만나 그동안 경험한 폭력을 서로 나누며 치유를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피움 톡톡에 참여한 한 관객은 “빈곤 가정에서 성장해서 범죄에 노출되고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감옥에 가서야 ‘이제 드디어 안정된 상황이 되었다’고 하는 재소자들의 말과 아동성폭력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증후군(PTSD)으로 인해 또다시 고통스러운 상황이 닥쳤을 때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플래시백 현상)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평등의 권리를 뜻하는 페미니즘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회색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 스틸컷

 

객석에 있던 송주연 수원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를 나도 현장에서 많이 접했다. 여성 인권의 현실은 국경을 초월해 비슷한 것 같다. 변화를 위한 각오를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가 나타낸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회색 지대’의 실례로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자신과 자녀의 안전을 위해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러한 경우를 ‘정당방위’라 명명했지만 2013년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법원이 피해여성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공익소송을 통해 지원하고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소장은 “영화는 미국을 다뤘지만 우리나라에도 청주여자교도소가 있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남성 가해자들의 경우는 교도소 안에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 수감자들은 지금껏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 청주YWCA를 통해 처음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말했다.

 

박정민 청주YWCA 통합상담소 소장은 이에 대해 “2시간 이상 진행할 수 없고, 야간과 식사 시간을 피해야 하는 등 제약이 굉장히 많다. 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들과 청주여자교도소의 여성들은 극빈층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재소자들이 처음에는 웃음도 없었고 괜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지만 프로그램이 중간쯤 진행된 지금은 서로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도 이야기하고 있다.”며 소식을 전했다.

 

2006년에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을 주제로 논문을 쓴 김수희 여성신문 기자는 “2004~2005년의 자료로 논문을 썼었는데 정당방위 판례가 아직도 한 건도 안 나왔다니 10년 전과 전혀 변화가 없어서 놀랐다. 그 때 연구했던 바에 의하면 살인죄가 50%고, 대부분 남편살해였고, 초범이었고, 가정폭력 피해자였고, 자녀가 있었다. 영화는 여성재소자들이 기존에 자신의 아픔을 ‘내가 못나서’ 또는 ‘재수가 없어서’라는 식으로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다가 페미니즘 공부를 통해서 자신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실은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피해자들이 생존자로서 세상 앞에 설 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자기를 긍정하고 세상을 긍정하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막상 감옥에 갇혀 있으니 세상에 나올 수가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여성재소자들의 개인적인 치유는 시작됐지만 막상 법체계와 사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니 안팎에서 같이 가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미경 소장은 “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신고를 하면 즉시 경찰이 출동해서 격리하고 적절한 처벌을 내리는 등 공권력에 의한 충분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서 피해여성은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의 사적 구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2012년 프랑스에서는 이를 정당방위로 보고, 불충분한 공권력의 개입으로 인해 살인이 발생했다고 인정하였다. 남성중심적 사법체계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여론화된 힘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때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는 말로 피움 톡톡을 마무리 하며 절망과 울분, 분노를 변화를 향한 힘과 의지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_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