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톡톡

피움톡톡 [옆집아이] 당신의 옆집 아이가 가정폭력 피해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13:47

당신의 옆집 아이가 가정폭력 피해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 '옆집아이' 시놉시스]

         1990년의 어느 날, 어린 브래드는 엄마를 죽일 듯이 때리고 있는 아빠를 진정시키기 위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200676, 브래드는 자신의 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 페니의 몸에 3발의 총상과 갈겨진 자상을 남기고 도움을 주러 온 페니의 친구 를 살해했다. 가정폭력의 환경에서 자라 자신들은 가정폭력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브레드와 페니, 그들은 각자 가정폭력 가해자와 가정폭력 피해자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다. 결국, 브레드는 감옥에 가게 되었지만 페니는 자신의 상처가 아물지도 못한 상태에서 네 아이들을 먹여살려야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은 페니와 네 아이들,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옆집아이 The Children Next Door> 포스터 / 스틸컷

가정폭력의 순환과 피해가족의 극복기를 담은, 실화 다큐멘터리 영화인 덕 블락(Doug Block) 감독의 <옆집아이The Children Next Door>가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 이튿날의 시작을 알렸다.

 

     <옆집아이 The Children Next Door> 상영 후, 페니와 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상(假想)의 여성주의 상담을 진행해보는 피움톡톡이 이어졌다. 피움톡톡은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 단아와 여성주의실천연구소 김영자 슈퍼바이저의 대담으로 진행되었다. 페니와 네 아이들이 여성주의 상담을 받는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이들의 대담을 들어보도록 하자.


고미경 전국가정폭력쉼터협의회 상임대표(좌측)와 김영자 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 연구위원(우측)이

피움톡톡을 진행하고 있다.


1. 여성주의 상담이란?

 

단아 :

 오늘 김영자 선생님을 초대한 이유는 여성주의 상담가의 눈으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 변화의 과정을 쫒아 가보기 위해서인데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여성주의 상담으로 풀어냈을 때, 치유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여성주의 상담이란 무엇인가요?

 

김영자 :

 교통사고가 나거나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보통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해서 도움을 요청하죠.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성폭력, 가정 폭력, 성매매)이 발생했을 때에는 소위 피해자 유발론이라는 것이 있어서 신고를 잘 하지 않아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여성주의 상담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성주의 상담에는 4가지 원리가 있어요. 첫째,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죠. 들째, 상담자와 내담자는 평등하다. 상담자는 상담기법의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내담자는 자기 삶의 전문가입니다. 내담자들은 끔찍한 폭력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는 용감한 분들입니다. 셋째, 역량강화. 넷째, 여성의 시각은 가치 있다. 사회는 여성들에게 폭력 상황을 인내하고 견디라고 하죠. 하지만 여성의 시각에서 참고 견딘 것의 결과는 더 큰 폭력이에요. 이런 4가지 원리가 담겨있는 여성주의 상담을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적용하면, 여성들이 훨씬 더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고,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주의 상담은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소수자에게 훨씬 깊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2. 가정폭력 생존자의 분노 치유하기

 

단아 :

 페니는 남편에게 십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했고, 도움을 주려던 친구가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어요. 결국 남편은 감옥에 갔지만, 파산 상황에서, 남편의 폭력에 의해 새끼손가락이 잘린 상해를 입은 채, 혼자 아이들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내 안에 고통을 치유할 여유는 없습니다. 페니도 말하죠. 그 일을 겪고 난 후, 처음에는 감옥에 있는 남편의 목을 졸라서 죽이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자기 안에 뜨거운 것이 있는 것 같다고요. 그건 분노입니다. 저도 상담 현장에서 분노에 휩싸인 여성과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다루나요?

 

김영자 :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리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서 그 상황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 공존합니다.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아이에 대한 죄책감까지 동반되죠.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이런 경우에 분노를 직면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상담을 할 때, 폭력적인 사건을 더 자세하게 물어보는 거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왜 자기 안에 복잡하고 모순되는 감정들이 공존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딸 첼시가 엄마를 죽이려 했던 아빠이지만 그를 사랑한다고, 그가 롤 모델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편이 되어주지를 않았어요. 이런 경우라면 엄마는 더 혼동된 감정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주는 작업이 요구됩니다.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내담자들에게, 그처럼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해줌으로써, 감정을 계속 분출시키고 풀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 설득하기

 

단아 :

 여성가족부에서 2007년에 시행한 가정폭력 피해자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참고 견디는 평균 기간이 112개월이라고 합니다. 친구나 친정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결국 여성들이 마지막에 찾게 되는 곳이 쉼터입니다. 쉼터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쉼터에서 집으로 집에서 쉼터로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지원하고 있는 김영희(가명)씨 사건도 7살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쉼터에 왔던 김영희씨가 이혼 소송 중,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달라고 사정을 해서 만나러 갔다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영화에서 페니가 남편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던 사건도, 브래드가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저지른 일이었어요. 이런 것을 이별 살인이라고 하죠.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게 왜 한심하게 맞고 사느냐고 묻지만, 피해 여성들은 바로 이런 보복을, 이별 살인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떠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혹시 여기 우리들 중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을 그런 시각에서 보지는 않았는지 직면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갈등중인 내담자를 만나면,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김영자 :

 가정폭력의 끝은 죽거나, 죽이거나라고 말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참고 견디라는 조언은 독약입니다. 가정폭력에는 3단계의 주기가 있습니다. 긴장-폭력-화해(이완)의 단계이죠. 차라리 항상 폭력만을 휘두른다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오히려 수월할 것입니다. 보통 가정폭력은 폭력 직전의 갈등과 긴장상황과 폭력 후의 화해 혹은 이완의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리고 참고 견디라는 사회의 압력 아래에서, 피해 여성들은 다음엔 안 그러겠지라는 희망을 갖게 되요.

 

페니의 경우도 그런 경우이죠.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내담자에게 가정폭력의 3단계 주기가 예전과 비교해 얼마나 짧아졌는지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이전에는 3년을 주기로 했다면, 지금은 몇 달에 한 번을 주기로, 이런 식으로 점점 짧아지는데요. 나중에는 아예 화해(이완)의 단계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럼 긴장과 폭력의 단계만 반복되는 것이죠. 굉장히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입니다.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내담자에게 내담자가 처해있는 상황의 위험성을 알리고, 본인의 상황을 직면하도록 돕습니다.

 

 

4. 피해 여성, 역량 강화하기

 

단아 :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 중에는 너무 무기력해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페니처럼 상처를 드러내고 극복해서 가정폭력 근절운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페니와 같은 놀라운 내면의 힘, 이것을 끌어내기 위해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김영자 :

 피해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담자가 겪은 폭력이 내담자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세상에는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내담자가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 자신의 문제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여성주의 상담에서 피해 여성들의 역량 강화에 조력하는 방법입니다.

 

 

 

5.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단아 :

 영화 마지막에 가정폭력의 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동참해주세요라는 자막이 있었어요. 우리가 가정폭력의 순환고리를 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영자 :

 당장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변에 가정폭력 피해 자녀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문제를 덮어두지 않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와 같이 가정폭력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상담소를 꼭 찾아가보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이런 역할은 여기에 있는 누구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단아 :

 저도 가정폭력 피해 자녀였습니다. 여성주의 상담을 만나면서 제 안의 상처와 고통을 직면하고 그리고 극복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제 자신에게 나는 생존자라고 이야기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한국여성의전화와 같은 훌륭한 상담기관이 연결될 수 있도록 많이 홍보해주시고 찾아와주세요. 여성의전화에는 전문가들이 항상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문을 두드리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2기 김소현(means2123@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