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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시대]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11. 04:33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철의 시대> 스틸컷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

- 영화 '철의 시대'

 

엄마는 한참동안 말이없었다.

긴 침묵 끝에 터져나온 눈물은 그녀가 지난 몇십년간 말하지 못했던 삶의 역사들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않았던 가족사.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겪었던 역사.

영화 철의시대는 운동가 '이윤정'씨의 구술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광주항쟁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그 패배감과 미완의 혁명에 대한 좌절감은 너무나 충격이 컸다.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투쟁으로 노력했어"
광주항쟁 당시 생존자였고 그 이후 통일운동과 여성운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백방으로 애썼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광주항쟁 시 계엄군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도 지울수 없는 상처로 깊게 박혀있었다. 그 상처는 그녀를 사회에 눈뜨게 하고 참여하게 만든 아픈 계기였을 것이다. 민중의 뿌리부터 처절하게 민주화를 울부짖던 그녀가 유독 자신의 그 아픈 이야기만은 카메라 앞에서 쉽게 꺼내지 못했다.

 

예전에 친구와 광주에 놀러갔을때 일이다. 친구 아버님 회사후배가 광주에 놀러온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당시 나는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광주 518민주항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우린 회사후배이신 아저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고 난 별 생각없이 그때의 항쟁에 대해 여쭤봤다. 갑자기 낯빛이 변한 아저씨는 긴 침묵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만큼 지났을까. 크게 두 번 기침을 하고는 그동안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 갔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진>

 

두려웠던 전투의 기간, 잠깐동안 행복했던 해방광주의 일주일. 하지만 도청에서 벌어지는 끔찍했던 삼일간의 전투 후 광주는 제압당하고, 그 날 이후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고 했다. 집집마다 곡소리는 늘어났지만 아무도 그 사건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당시 17살. 고등학생으로 맞딱들인 그날의 처참함. 국가에게 버림받았다는 좌절감과 불안감은 그의 모든 인생을 바꿔버렸다. 소년은 그날 이후 국가의 녹을 먹고 살아야겠다 다짐했다고 한다. 그 방법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인정받는 길이었다면서. 열심히 공무원준비를 했고, 결국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이처럼 광주민주항쟁을 거친 이들의 삶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변해갔다. 무자비했던 국가폭력. 이로인해 산산조각난 신뢰는 누군가를 투쟁의 길로 인도하고, 또 자포자기의 무력감을 심어주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철저하게 돌아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영화 속 이윤정씨는 운동가로써의 길을 선택했지만, 아저씨는 공무원이 된 것처럼.


이야기가 끝나고 가슴이 아팠던 이유는 일주일의 단꿈같던 해방광주도, 도청에서의 마지막 전투도 아니었다.  아직도 자행되는 국가폭력들과 그로인해 파편이 된 사람들이, 그 모습이 여전히 여러 모습으로 남아 떠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의 외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황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