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피움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함께 행동하고 즐기며 소통하는, 주제가 있는 영화제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6. 17:15

 

함께 행동하고 즐기며 소통하는, 주제가 있는 영화제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인권이나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있더라도 한 번에 다양한 시각을 접하기는 어렵다. 학교의 강의는 교수님의 영향을 받고, 스스로 하는 공부는 정보의 부족과 본인의 시각에 치우친다. 영상 매체는 매우 좋은 수단이지만 좀처럼 얻기가 힘들다. 아주 낯선 소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하게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약자, 혹은 소수자가 아닌 약자와 소수자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여성인권영화제가 좋았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여성도 성소수자도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세상이 존재 가치를 깎아내린다. 부당하다고, 부당하다고 말해도 잘 듣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제 속에선 동등함을 외치는 우리가 가장 보통이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영화제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스스로가 인권이나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영화 한 편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각에 당황해서 ‘이걸 왜 이제 알았지?’란 생각도 몇 번이나 했다. 영화제에서 난 삐약삐약 병아리였다. 

 

영화제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점은 설문조사. ‘질문 1-1. 성별’에 여자, 남자, X가 있었던 것이다. 작년, 호주에서는 개인 서류에 여자와 남자가 아닌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독일은 출생신고서에 남성, 여성, 그리고 공란을 만들었다. 나는 기사에서만 보던 남성과 여성이 아닌 성별 선택을 영화제에서 처음 봤다. 설문지를 보고 당연한 걸 못보고 살아왔단 생각이 들었다. 이분법적인 성별 선택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새로운 만큼 흥미로웠다. 보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서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나서, 마지막 날은 내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좋았다.

 

영화제가 끝나고 나오는 길, 첫 날 경험했던 이벤트 부스가 생각났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비혼, 가장 마음에 든다는 내 말에 많이들 그렇다던 스탭. 맞추지 못했던 퀴즈의 답, 차별 금지법. <세피데>를 보고 나와 적었던 나의 질주, 꿈.


영화제에 가깝고 싶어서 일반 관객이 아닌 피움뷰어를 신청했다. 하루 두 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감정이 날아가기 전에 붙잡아 기사를 썼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일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줄은 정말이지 모르고 있었다. 이 기사를 쓰고 나면 나의 첫 여성인권영화제는 끝이 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끝나지 않는다. 내년에도 영화제는 막이 오를 테고, 이번에 내게 감동을 준 것처럼 많은 것들이 자리를 채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 모든 것들이 정말로 변화를 만들어낼 것 같은 희망으로 질주한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