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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의 합리적 해결] 관계의 끝자락에서 찾은 자신과의 만남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2015. 9. 20. 11:54

관계의 끝자락에서 찾은 자신과의 만남 

외도를 해결하는 그들만의 합의 <외도의 합리적 해결>

 

                 이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합리적인 그들의 해결방법

 교회에서 부부상담을 하는 모범적인 엘란드, 마이 부부. 어느날 엘란드는 그의 직장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세반에릭의 부인인, 카린과 찌릿한 사랑에 빠져버린다. 엘란드는 4자 대면을 통해 불륜사실을 고백한다. 상대 배우자들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엘란드와 카린의 순간적인 사랑은 언젠가 식을 것이니 그때까지만 4명이 한 집에 같이 살자는 합의하에 그들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된다. 엘란드의 이 해결방법은 이성적으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제안이다. 성별을 초월해 인간 대 인간으로 문제를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이성적으로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다. 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합리적인 해결방법은 네 사람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치는데, 외도하는 남녀에게는 죄책감을 주어 격렬한 성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된다. 버려진 마이와 세반에릭은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동거가 아주 자유로운 스웨덴의 정서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충격적인 전개였다. 한편으로는, 믿었던 배우자의 외도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때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가 어떻게 표출되고 또 해소되는지 볼 수 있어서 신선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이 영화의 포스터인데, 행복하던 집에서 신선한 사과 즉, 카린과 그녀를 탐닉하는 엘란드를 그저 방관 할 수 밖에 없는 마리의 상황이 잘 표현되었다. 저 사과는 성경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를 표현하는것 같기도 하다


변함없는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결혼제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결혼식에서 부부가 가장 일반적으로 듣는 주례 멘트이다. 가지지 못한 것을 취하려는 탐욕 가득한 인간이(특히 남성이) 과연 반 평생을 오롯이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며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성의 관계에서 권태기는 자연스럽게 올 수 밖에 없다.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결혼의 가치관은 이 갈등마저 극복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커플이 많은 요즘, 자의든 타의든 결혼 조차도 가볍게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뜨거운 사랑은 식었을지라도, 서로를 독립적인 주체로써 존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이 결혼을 존속하기 위한 해결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극중에서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엘란드는 결국 함께 의지하며 살아온 마이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계의 갈등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마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뒤 엘란드에게 당신을 여전히 사랑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고백을 하고 집을 떠난다. 갈등의 절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 마이는, 직접 작곡한 곡을 연주하면서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자살시도까지 한 세반에릭도 결국 자신만의 해답을 얻고, 바다에서 홀로 노를 저으며 행복해한다. 이렇게 마이와 세반에릭의 미소를 보고 나서야 사실 이 영화는 불륜 영화가 아니라 깨진 부부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부라는 굴레를 벗어나, 나 자신과의 대화와 번뇌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찾고 평안을 얻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권태기나 관계의 갈등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피움초이스1 <물구나무서는 여자>도 이 영화와 유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결혼 적령기가 지난, 고학력 전문직의 연애를 못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녀가 물구나무를 서는 것은 연애를 못하는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억압되었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 활짝 웃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본 영화와는 반대로, 홍상수감독님의 작품<우리 선희>주인공 선희는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본인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남자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으며 자신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이처럼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도 몰랐던 자아를 찾는 노력과 고백은 살면서 꼭 한번은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와 답에 따라 이후의 인생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