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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2015. 9. 21. 22:55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경쟁 부문 출품작 <달팽이관>-

 

김미정

 



보이지 않는 벽, 그리고 차별

 이 영화의 도입부에는 작은 달팽이 집 하나를 에워싼 아이들이 나온다. 그 아이들은 넘치는 호기심으로 그 달팽이 집을 눌러도 보고 발로 건드려도 본다. 하지만 달팽이는 반응하지 않고, 아이들은 달팽이가 없는 그냥 텅 빈 껍데기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떠나가고 그 달팽이 집에 조금씩 금이 가면서 그 껍데기는 조금씩 부숴져 간다.

 이 장면에서 한 여자 아이가 등장하며 장면이 오버랩된다. 방금 전 스크린에서 본 그 달팽이 집이 이 여자아이를 가두었던 벽임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이 달팽이는 왜 빈 껍데기인 척을 했던 걸까?

 우리 사회에는 성차별이 너무나도 만연하다. 이제는 유리천장(glass ceiling;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 여성의 생활에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가한다는 뜻)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까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고 싶은 것,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것들을 못하게 하는 차별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영화 <달팽이관>은 우리 사회가 여성들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를 깨는 분위기를 조성해 많은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그들만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소재로 일반적이지 않은 서사를 만들다

영화 <달팽이관>달팽이라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소재로 영화 전반의 스토리가 구성된다. 하지만 그 내용의 전개 과정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보이는 달팽이에 여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신선한 발상과 구성이 만나 영화는 더 없이 풍성해졌고, 이를 통해 정확하면서도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9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2시간 분량의 일반 영화 못지 않은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고 전달하는 매개체였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제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당연해져 가고 있다. 다가오는 이번 추석에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들만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여성들이 주변의 손길을 바라고, 최소한의 자유를 바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박대 받을 만큼 잘못된 일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여성 인권에 대해 외치고 투쟁하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무색할 만큼 지금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 문제를 방관할 수는 없는 법. 여성을 둘러싸고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는 주위 환경들을 개선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재고시킬 필요가 있다. 영화 <달팽이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여성 인권 보호에 힘을 모아 현재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올바른 고백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