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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재발견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6. 10. 15. 04:15

가족의 재발견

프랑스의 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을 담은 <사회학자와 곰돌이>


경은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10.14(금) 여성인권영화제의 열기가 뜨거운 대한극장에서 <사회학자와 곰돌이 La sociologue et l’ourson(SOCIOLOGIST AND POOH)>가 상영되었다. 귀여운 인형극 같은 첫 장면 뒤로, 프랑스의 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에 대해 들려주는 사회학자 테리와 곰돌이들을 만나보자.




“무엇이 가족인가요?”


영화 속 사회학자 테리는 계속해서 변화해 온 가족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외 임신으로 고통받았던 증조할머니, 결혼을 통해 사회에 통합되고 ‘불명예스러운’ 출생을 극복한 할머니,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기 일을 포기하고 가사에 전념했던 어머니, 그리고 결혼이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실용적인 이유를 위해 결혼한 자신의 이야기까지. 결혼의 관계와 의미는 계속해서 변해왔고, 여전히 변하고 있다. 결혼뿐아니라 가족의 형태와 가족을 둘러싼 가치도 변해왔다. 고대사회의 모계 가족, 부계 중심의 부족사회, 혈연 중심적이고 부계 중심적인 확대가족과 근대사회의 핵가족 등 가족에는 원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결혼과 가족이 계속해서 변해왔다는 것은 가족에 대한 고정불변의 정의와 조건이 없다는 증거가 된다.


이렇듯 변화는 항상 있었고, 동성결혼 법제화도 역사의 일부라고 영화 속 사회학자 테리는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관계의 내용이라는 말은 결혼과 가족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치열했던 싸움은 “평등!”을 외치며 결국 승리한다. 동성결혼 법제화를 통해 영화는 또 다른 변화가 현재 진행 중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뜨거운 싸움은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진짜’ 가족의 이미지에 균열을 낸다. 그리고 그

균열 사이에서,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할 기회를 준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정상가족’의 신화에서 벗어나, 신화에는 쓰이지 않았던 다양한 가족들을 발굴해낸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가족제도 비틀기


<사회학자와 곰돌이> 상영 후 곰돌이들이 전해준 가족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파헤쳐 보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김순남 여성주의 연구활동가가 초대되었고, 정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았다. 결혼과 가족의 역사, 아이 양육의 문제 등 영화가 다양한 주제를 다룬 만큼 피움톡톡의 열기는 뜨거웠다. 관객들과 출연자 모두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성소수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은 경험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동성애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김순남은 우리 사회의 동성애 혐오는 곧 불안함의 표현이 라고 말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성애 중심성, 혈연 가족 중심의 정상성 등이 위협받는 것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동성결혼이, 결혼과 가족 제도를 통해 유지되었던 젠더체계와 이성애 중심주의를 의심하게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스러움'과 ‘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은, 동성결혼 법제화가 논의되어야 하는 방향과 연결된다. 김순남에 따르면, 동성 결혼의 의미를 어떤 이야기로 채워나갈 것인지는 매우 정치적이고 복잡한 문제이다. 동성결혼이 법제화된 국가들에서는, 결혼 여부가 더는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지 않는다. 개인이 갖는 관계가 개인의 자유로 존중될 만큼 다양성과 성평등에 대한 논의가 이미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동성결혼이 단순히 인정과 불인정의 궤도 속에서 결혼제도로 '진입'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김순남은, 특히 동성결혼 법제화 논의가 기존의 고정적인 성역할을 비틀고, 이성애 중심적 가족제도를 공론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회학자와 곰돌이>를 통해 좀 더 평등한 관계문화에 접근하는 기회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넘어서, 새로운 가족과 관계의 가능성을 함께 고민한다면 영화를 더욱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