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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된 여자들』 『여성해방으로 좌회전』

한국여성의전화 2017. 9. 15. 01:11

우리는 모두 침묵과 외침을 반복하며 산다누군가의 외침에는 침묵하기도 하고자신의 욕망은 커다랗게 외친다사회는 그 중 어느 정도의 균형을 오가며 돌아간다그러나 때론 그 사회가 치우칠 때가 있다아주 교묘하게도 누군가의 외침에 지독한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여성의 외침이 그렇다지독하게 고독하다나는 적어도 20년 넘게 이것을 목격해 온 증인이다.

폭력과 강간살해와 같은 가시적 위협부터 유리 천장이나 임금 격차취업 장벽이라는 비가시적 위협은20년이 흐르기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그러니까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지하철역 출구에서 들려온 여성들의 외침과 <82년생 김지영>에서 드러난 외침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한 사람으로서 살고자 하는 외침그러니까 당신이 듣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외침이다영화 <시체가 된 여자들> <여성 해방으로 좌회전>은 이것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이 외침이 궁금하다면 두 영화를 택하는 것을 권한다.

 
좌 <시체가 된 여자들> 스틸컷, 우 <여성해방으로 좌회전> 스틸컷
'죽는 것' 에 익숙한

우리는 죽는 여성들에 너무나도 익숙하다영화 <시체가 된 여자들>은 이것을 여실히 보여준다시체들은 다양하다물에 떠 있기도 하고절벽에서 굴려지기도 한다피를 흘리기도깨끗하기도 하며 눈을 감거나 뜨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이 다양한 시체들의 자리에 여성이 누워 있는 것은 늘 똑같을 뿐이다.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시체가 된 여자들> 스틸컷

그러나 이 죽은 여성들의 외침을 듣는 것에는 얼마나 서툰가? 마시 코디. 수잔 허돕. 비트 노리. 웬디 라거매니저. 스티넘 마리아 컬린치. 마시 코디. 이 외에도 적지 못한 수많은 이름이 있다. 모두 영화 <시체가 된 여자들>에 등장하는 여성들이다. 이 여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해도 당신은 알 수가 없다. 당신이 알 수 있는 것은 이 여성의 입에서 나온 종잇조각에 쓰인 알파벳 ‘H’라든지, 허벅지에 난 상처가 몇 센티미터인지 같은 것들이다. 시체를 연기한 한 여성은 한 번도 전체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죽음 외의 서사가 없는 것이다. 죽어가기 전까지 분명히 외쳤을 메시지는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의 죽음에 ‘익숙’하다.

함께 '살자는' 외침

다행인 것은 이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함께 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다는 점이다영화 <시체가 된 여자들>이 관객에게 차가운 현실을 보여준다면영화 <여성해방으로 좌회전>은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이 영화는 미국 보스턴 하버드 대학교 건물을 점거한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여성해방으로 좌회전> 스틸컷

1965년까지 보스턴은 여성들이 기숙사 공용 공간에서까지도 바지를 입을 수 없고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조차 '가정을 꾸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곳이었다그렇게 여성들은 가정을 꾸리거나같은 회사에 들어가도 남성의 조수나 보조가 되어서 보스턴을 꾸려나갔다그러나 베트남 참전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자 남성들은 자신들이 계속 시위할 수 있도록 여성들의 일에 기댔다보스턴 여성들은 영광을 뺏기는 것에 분노했다그리고 하버드의 888 메모리얼가 8번지는 여성의여성을 위한여성에 의한 유일한 공간이 된다

남성에 의해경찰에 의해때론 국가에 의해 얼마든지 와해될 수 있었던 이 공간에서 여성들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그들끼리 연대한 덕분이었다전기를 끊어버린 하버드에는 서로 침낭을 나누며 대항하고진입하려는 경찰에게는 밖에 있는 여성이 폭력이라며 규탄하는 기자회견으로 돕는다남성이 한 명도 없지만여성들은 수도를 함께 수리하고 파트너 없이 춤을 춘다이 연대의 힘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그곳의 여성들은 누군가의 조수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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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성 : 예원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