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피움뷰어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뜨거운 직면으로 얼어붙은 체제를 녹여라!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10. 02:08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포스터

 

2012년 모스크바의 구세주 대성당의 제단에서 형광색 복면을 뒤집어쓰고 어깨를 내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들이 올라가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노래하고 외쳤다. '성모마리아시여 페미니스트가 되시고 푸틴을 제거하소서', '신이란 제길' 등등. 이 엄청나다 못해 쇼크를 일으킬만한 사건은 단 30초만에 제압되었지만 그녀들의 이러한 반란은 러시아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녀들은 바로 '푸시 라이엇'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는 크게 구세주 대성당에서의 공연으로 체포된 세 푸시 라이엇 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디야, 카티야, 마샤 이 세사람이 푸시 라이엇으로 활동해 왔던 모습과 다른 푸시 라이엇 단원들의 공연을 통해 그들이 사회 속에서 파장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그녀들의 모습은 현재 러시아의 독재체제에 대한 반감을 좀 더 획기적인 모습으로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들의 영리함을 엿볼 수 있다. 이 세 주인공들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체포된 이후 이 세명의 이야기와 법정에서의 모습들을 통해 러시아의 현 체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스틸컷

 

조금 더 자세하게 이 이야기를 풀어 나가자면 먼저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 세 주인공의 모습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정에 서게 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익명성 대신 좀 더 구체적인 개체가 되며 나타나는 모습들에서 그녀들이 사회에 대해 굉장히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체에 속해 있지만 또 한 명의 사람으로서 그들은 자유를 희망하고 그 자유를 억압하는 현 체제에 대해 냉소할 줄 아는 쿨한 언니들이었으며 또한 분명 법정에서 선 이후부터 계속해서 회피하고 싶었을텐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이 무죄임을 주장하고 이미 정부의 입맛대로 조종되는 사법부를 비판하며 그 자신을 속이지 않고 당당하게 카메라와 다른 사람들 앞에 섰다. 영화는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의 유년시절과 자라온 과정을 이야기하며 굉장히 특이하기도 하지만 또한 어떤면에서는 일반적이기도 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푸시 라이엇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경계를 구분하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누구나 푸시 라이엇이 될 수 있었으며 또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꽤나 평범한 그들의 다른 모습-이를테면 누군가의 딸로서 누군가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모습은 바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가림으로서 상징되는 익명체로서의 푸시라이엇이라는 단체일 것이다. 익명성의 힘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나서 때로는 그 익명성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곧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거리낌 없이 표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왜인지 나를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또 다른 나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 좀 더 나를 용기있게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익명이라는 것은 불분명한 다수일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푸시 라이엇이 될 수 있고 그 존재들이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힘을 내재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를 보며 인상 깊은 것을 두 가지 정도 말하라고 한다면 첫번째는 잠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굉장히 낯선 음악을 가지고 사회속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모습이다. 물론 단지 이들이 러시아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는 펑크락을 통해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말했기 때문에 엄청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체제 반대자들과는 다르게 좀 더 노련하게 게릴라성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짧은 시간 내 메시지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어떤면에서는 굉장히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행위의 주체가 여성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러시아의 독재 체제상 목숨을 걸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기도 하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스틸컷

 

러시아의 러시아정교는 기독교의 여러 갈래들 중 하나로 러시아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순기능도 많기는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정치와 종교가 이미 하나가 되어 온갖 비리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종교는 때로 이성을 누르고 선동의 도구가 되기도 하는데 사실상 그 선동은 권력자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종교 자체만으로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미 정치와 종교가 한 배를 탄 러시아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어떻겠는가? 명확하게 푸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푸시 라이엇의 노래는 어느 순간 러시아정교를 모욕하고 푸시라이엇을 무신론자로 비난하기에 이른다.

 

시간이 지날 수록 푸시 라이엇의 이야기가 알려질 수록 그녀들을 지지하며 세계의 여론은 물론 러시아 내의 여론도 바뀌어가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세 명의 푸시라이엇들 중 한 명은 집행유예를 두 명은 현재까지도 유형지에서 형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중 나티야는 유형지에서의 가혹한 노동행위로 인해 단식투쟁을 한 상태이기도 하다.
 
그녀들은 어떠한 면에서 봤을 때는 급진적 사회운동가로 현재 러시아를 지탱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탈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 문제를 문제라고 자각했을 뿐 아니라 그 문제에서 회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직면하고 끊임없이 독재체제에 대해 비판했으며 그것은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도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 도구는 예술이라는 펑크 음악일 수도 있고 그 획기적이며 낯선 음악, 그리고 유튜브라는 세계적 채널일 수도 있으며 그녀들 스스로가 일종의 어릿광대가 되어 출연한 언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정말 당당히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철창 안에 있었음에도 그 어떤 사람들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푸시 라이엇의 단원들은 끊임없이 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소신을 외치고 있으며 세계의 다른 유명인들과 언론들 역시 그녀들의 용기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디야와 미샤가 복역중인 것과 같이 아직도 러시아는 얼어붙은 정권이 진행중이다.

 

푸시 라이엇을 자유롭게 하라. 뜨거운 그녀들의 외침과 음악이 사람들의 지지를 모아 러시아를 조금씩 녹여가고 있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유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