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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10. 02:57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스틸컷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라는 피움족의 메시지가 이보다 더 잘 표현된 영화가 있을까 싶다. 7회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답게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이하 푸시 라이엇)은 당찬 세 여성이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스틸컷

 

그녀들의 이름은 러시아 페미니스트 펑크락 그룹 푸시 라이엇이다. 시위 공연 때마다 형광색 스키마스크와 레깅스를 시위복장으로 갖추어 입는, ‘여자생식기(X) 봉기단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주인공인 이들은 2012221, 모스크바 러시아정교회 구세주 대성당 제단에 올라 반푸틴을 골자로 한 게릴라 락 공연 형식의 시위를 벌인다. 경비원과 성당 신도들의 저지로 공연 시위는 단 30초 만에 끝났지만 그들은 정교회 신도들의 엄청난 비난은 물론, ‘종교증오 및 난동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2년형을 선고받는다. 영화 <푸시 라이엇>은 이 대성당 공연의 6개월 전부터, 공연 당일, 그리고 이들이 재판에 회부되어 형을 언도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튜브를 통해 널리 퍼져나간 이들의 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자유 탄압 반대 시위와 반 푸틴 시위가 열리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내게 <푸시 라이엇>이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녀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떠한 현실에 직면하게 하는 방법이 예술을 통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자본주의, 법치주의, 자유 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현재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매끈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는 있다. 하지만 직접 그 문제점에 대해 직면하는 것은 회피하고 싶어 한다. 그 실제를 직면하는 순간 우리가 느껴야만 하는 불안, 공포, 역겨움과 같은 감정들은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푸시 라이엇멤버들은 음악과 노래, 춤이라는 예술적 방식으로 현실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알림으로써 우리가 실제적 현실에 직면했을 때 겪어야 하는 많은 고통들을 크게 줄여준다. 그녀들은 예술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며 은유적인 가사와 신나는 펑크 락 음악, 그리고 격렬하고 신나는 춤사위(통쾌하면서도 시적인 재판장에서의 진술까지)를 통해 정치적 시위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혁명을 지향하는 반 정부 시위, 재판, 탄압집회와 같은 심각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여러 번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의 공연을 본 전 세계 사람들이 그녀들에게 지지를 보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예술을 통해 결집된 정치적인 힘이 정녕 놀라웠던 부분이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스틸컷

 

 많은 부분들 가운데 계속해서 나를 생각하도록 이끌었던 부분은 그녀들과 정교회 신도들의 날선 대립각 때문이었다. 정교회 대성당 제단에서 그녀들이 벌였던 공연은 정교회 신도들에게 신성을 모독하고 증오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큰 분노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은 푸시 라이엇을 두고 재판을 통해 그녀들이 저지른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감히 여자의 몸으로 맨살을 드러낸 채 제단에 올라간 행위는 그녀들을 마녀로 불리게 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제단이 주는 신성함의 의미나 경건한 자신들의 집에서 난동을 피운 그녀들에게 분노하는 신도들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이 자신들의 부조리하고 잘못된 문제점에 대해서 어떠한 반성이나 각성 없이 오로지 분노만 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나는 한편으로 당혹감을 느꼈다. 대성당에서의 시위는 푸틴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지만 이들과 결탁, 유착하여 본래의 신성함을 잃어가는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시위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교회 수장인 추기경을 비롯해 기사들이나 신도들 그 누구도 자신들의 문제적 현실에 대해서는 직면하길 거부한 채, 오히려 러시아 당국과 더욱 밀착하는 양태를 보이며 그녀들을 마녀사냥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답답했다. 아마 이들과 다르지 않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되면서 더욱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답답한 마음은 영화 후반부 그녀들의 변론을 들으며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예술로써 정치운동을 하는 그녀들답게 주옥같은 변론 명대사들이 있지만 특히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진실은 기만을 이긴다.”는 말이었다. 자유를 이야기 하지만 무늬만 가질 수 있는 자유, 선택을 이야기 하지만 법체계 내에서 제한된 선택만이 가능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때로 나는 위선과 위악을 휘두르며 타인과 나 자신까지도 기만하곤 한다. 실제를 직면하면 너무도 무섭고 괴로울까봐 나는, 혹은 우리는 손쉽게 기만을 택해온 것은 아닌지. 그녀들이 허술한 법체계 위에서 군림하는 재판장에게,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이 일갈은 나를 어느 정도 깨닫게 해 준 것 같다.

 

기소된 세 명의 푸시 라이엇멤버 중 두 명은 여전히 감옥에서 복역중이다. 그리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나머지 한 명 역시 익명성이 곧 정체성이었던 이 게릴라 팀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푸시 라이엇의 노래와 그 안의 메시지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고 그들은 뜨겁게 노래하고 싸웠지만 사법적 판결은 끝났다.

 

영화를 보고 드는 한 가지 의문, 혹은 걱정. 그녀들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이를 가진 엄마에, 남편이 있는 아내에,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가 있는 가녀린 그녀들이? 이 물음에 그녀들은 행동을 통해 열렬히 예스!라 대답한다. 편견과 압제와 마녀사냥의 위험이 만연한 현재 상황 속에서도 그녀들은 여전히 노래하고 춤춘다. 재판장에서 선처를 구걸하지도, 잘못을 뉘우쳤다는 거짓을 고하지도 않는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이야기한다. 아주 유쾌하게. <푸시 라이엇> 영화의 첫 시작에 브레히트의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만드는 망치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그녀들의 전투복인 형광 스키마스크와 레깅스를 입고 기타와 마이크라는 망치를 여전히 들고 있다.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그녀들이 결국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나와 우리들 역시도 또 한 명의 용감한 푸시 라이엇멤버가 될 수 있기를.

 

 

 

 


제 7회 여성인권 영화제 피움뷰어_이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