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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달팽이] 두 남학생의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손톱

한국여성의전화 2014. 9. 27. 01:18

 

두 남학생의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손톱

 

부제: 단상 위의 여장남자와 눈물 흘리는 사람

 애니메이션 <달팽이>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달팽이> 스틸컷

 

네일아트가 현대 여성의 미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유동인구가 제법 되는 거리 곳곳에 네일아트 전문 상점이 자리 잡았고, 매니큐어를 사서 집에서 셀프로 예쁜 네일아트를 칠하는 것 역시 유행이다. 물론 이는 모두 여성에게 한정된 이야기이다. 네일아트는 분명 남녀를 불문한 패션 아이템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두 남학생의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손톱

 

달팽이에는 성환과 현호라는 두 남학생이 등장한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두 소년은 손톱을 각양각색의 네일아트로 꾸미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현호는 네일아트를 한 채로 학교에 가 보자고 제안하고, 성환 역시 즉흥적인 내기를 받아드린다. 다음날 학교에 간 현호의 한쪽 손 손톱들은 무지갯빛으로 예쁘게 칠해진 상태이다. 반면 성환은 보라색으로 칠한 손톱 한 쪽을 밴드로 꽁꽁 싸 숨긴 채 현호에게 내보인다. 비극은 반에서 잘나가는 일진 종필이 현호의 손톱을 보면서 시작된다.

 

사회적 압박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

 

영화는 가는 선에 밝은 색조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인데, 이와는 대비되게 그 내용이 거북할 만큼 현실적이다. 네일아트를 계기로 현호가 종필 무리의 표적이 되고 왕따를 당하는 과정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묘사된다. 또한 성환이 종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현호를 왕따시키는 일에 가담하면서 느끼는 초조함과 무력감, 분노를 그대로 표현한다. 종필의 악의 없어 보이는 웃음은 현호와 성환에게는 심장이 순간 멈출 만큼 무서운 소리이다. 두 남학생은 달리 기댈 구석도 없는데, 네일아트를 하러 방에 성환의 방에 들어가는 현호를 바라보던 성환 어머니의 표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현호의 커져가는 심장소리와 함께 표정 없는 성환 어머니의 얼굴이 화면을 채운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하기까지에는 이처럼 큰 사회적 압박이 늘 도사리고 있다.

 

쌓아온 죄책감에 둑이 터진 듯 끄윽끄윽울다

 

영화의 마지막은 현호가 교실 단상에 올라가 보여주는 무언의 시위로 끝을 맺는다. 종필의 무리들이 괴롭혔던 모양 그대로,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한 채 단상위에 올라간 현호는 아예 바지를 내리며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종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노려보고, 성환은 울음을 터뜨린다. 쌓아온 죄책감의 둑이 터진 듯 끄윽끄윽 듣기 싫은 목소리로 눈물을 흘린다. 현호는 표정 없이 단상 위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뿐이다. 무언의 시위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강력한 항의를 종필과 성환에게 던진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신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