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세피데] 18살 이란 소녀, 별을 쫓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9. 27. 01:19

18살 이란 소녀, 별을 쫓다

다큐멘터리 <세피데> -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세피데> 스틸컷

 

하늘에 달과 별을 심어둔 건 신이다. 그런데 여자라는 이유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지 말라고 한다. 좋아하는 영화 대사가 생각났다.

 

신이 하신 일로 아이를 탓해선 안 되죠.”

 

영화 소개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이갈리아의 딸들이었다. 세피데가 움들만 될 수 있는 잠수부가 되고 싶어 하는 페트로니우스 같은 존재가 아니길 바라며 상영관에 들어갔다.

 

우주를 보는 소녀가 사는 곳은 좁은 곳이다. 저녁 이후의 외출은 주위의 수군거림을 산다. 자정에 나가 달이 질 때까지 천체관측을 하는 세피데에게 삼촌은 계속 그런다면 죽일 거라고 협박을 한다. 또래 소녀에게 자유롭게 할당된 세계는 학교와 동네 골목뿐이다. 밤이 되면 숲에 들어가 끝없는 공간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소녀에게 들이대는 부자유의 잣대가 엄격하다. 그래서 소녀는 자신이 꾸는 꿈을 의심하게 된다. 꿈을 꾸면서 포기를 생각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천문학보다 요리를 잘했으면..."

 

세피데의 엄마는 세피데가 천문학보다 요리를 잘했으면 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세피데 때문에 중요한 가족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세피데 문제로 친척을 불러 상의하기도 했다. 세피데의 어머니가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세피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세피데의 어머니는 주위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대출은 이미 두 번이나 받았고, 남편이 가꾸던 밭은 메말라 버려 세피데의 대학 진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가 그녀의 사회적 위치를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동생들에게 혹시나 모를 지원을 위해 세피데와 함께 시동생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자립할 수 없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도움은 남자들에게서 나온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세피데가 꿈을 꾸게 된 데에는 두 사람의 역할이 크다. 바로 이란 출신의 최초의 민간 여성 우주비행사인 아누셰흐와 세피데에게 천문학을 알려준 카리비 선생님인데, 세피데는 아누셰흐를 보며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카리비 선생님에게 꿈을 응원 받는다. 세피데가 사는 동네에는 20년 전 카리비 선생님이 짓다 만 천체관측소가 있는데 세피데는 본인이 그 건물을 완공시킬 거라고 말한다.

 

18살 소녀는 지지자와 함께 성장한다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이 불투명해지자 세피데는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가는 길을 찾는다. 키루스의 무덤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프로그램을 돌려 새벽이 다 되도록 천문학적인 관점으로 유적지를 파악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18살 소녀는 교육부에 찾아가서 본인의 보고서를 완벽하게 프레젠테이션 한다. 발표 과제를 수행하는 대학생에게서도 흔히 보일 긴장 하나 없이 목소리엔 확신이 가득하다. 결과가 좋지 않아 낙담한 세피데에게 카리비 선생님은 위인들 이야기를 해준다. 그들 모두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카리비 선생님의 위로에서 세피데를 향한 믿음이 보였다. 선생님은 세피데를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꿈을 이룰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세피데가 청혼 받았단 이야기에 결혼은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나서 하라는 충고를 한다. 세피데가 결혼을 통해 보통의 여성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인데 다행히도 세피데에게 청혼을 한 남자는 천문학을 공부한 적 있는, 세피데와 같은 천문관측 클럽의 멤버였다. 우려와 달리 그는 세피데가 원한다면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것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세피데는 마음에 별을 품고 빛이 나는 하늘을 좇았다. 아무리 혼나고 모진 소리를 들어도, 실패를 맛봐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로, 하면 된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