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끊임없이 사람들은 묻는다 "왜 떠나지 않았어?"

한국여성의전화 2014. 9. 27. 01:21

끊임없이 사람들은 묻는다 "왜 떠나지 않았어?"

가정폭력 다큐멘터리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

 

 

영화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이 이야기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그들을 돕는 인권활동가인 킷 그루엘과 심각한 가정폭력에서 마침내 헤어나온 디에나 월터스, 두 여성은 모두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에서 헤어나왔다고 해서 절대로 그녀들은 행복할 수 없다. 그녀들의 과거가 끝없이 그녀들을 속박하고 얽매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묻기 때문이다. “왜 떠나지 않았어?”

 

생존자들의 현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받고 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여성인 디에나 월터스의 첫 장면으로 시작된다. 첫 장면만 봐도 그녀가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가정폭력의 피의자인 남편에게서 벗어났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그가 그녀를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과정을 관객의 눈으로 볼 수 있다.
가정폭력의 생존자의 삶은 절대로 편한 하지 않다.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이 함께 수반되기 때문이다. 디에나 월터스는 주 경계를 넘어 그녀의 남편에게 심한 구타를 맞았다. 이 구타로 인해 그녀는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의 수렁으로 빠졌다. 하지만 신체적인 피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월터스는 지금도 그 영향으로 발작을 23번이나 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그녀의 아이도 여전히 그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을 겪은 여자들 중 사망까지 이른 여자들이 2011년에 무려 106명이였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라니, 도저히 마주할 수 없었다. 생존자들의 행복은 피의자인 남편이 감옥에 들어가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이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점이다. 왜 피의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가? 미국의 법은 굉장히 복잡하다. 주 단위로 법과 지방법원이 따로 있어 주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 사건은 해당 주 지방법원에서 처리한다. 만약 주 경계를 넘어 여러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 때 연방법원에 넘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법 제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월터스의 남편에 대한 재판을 끊임없이 월터스를 괴롭힌다. 가정폭력 사건이 주 경계를 넘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점은, 재판결과가 가정폭력이 아닌 납치로서 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고통스러운 현실을 겪은 여자들에게, 왜 세상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걸까. 피의자들이 받아야 하는 재판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며 반드시 그렇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그 결과에 대해 고마워한다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왜 떠나지 않았어?”

 

월터스가 재판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도망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도망치지 않았는가. 또한 폭행을 당했음에도 왜 또다시 그에게 돌아왔는가.
아마도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파괴할 까봐 무서웠을 것이고, 자신의 딸까지 건드릴 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의 대부분은 여러 차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곤 했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 이였고 그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 때문 이였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의 정도가 너무나도 심해졌기에 그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여성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유교적인 관습이 여전히 팽배한 이 사회에서 저런 이유로 인해 폭력적인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제발 벗어나라고,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 그 없는 삶이 상상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충분히 당신은 가능하다. 절대로 그가 당신의 삶을 지배해두게 내버려 두지 말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충격적 이였던 장면이 하나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남편을 살해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인데, 남편을 죽인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자 그 때 비로소 그녀는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것이 그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며 지옥이다. 이러한 일을 겪고 있는 그 누군가를 찾아내고 보호해주고 이해해 줄 전문가와 시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남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