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여자도둑] 왜 아무도 이 아이를 도와줄 이는 없나

한국여성의전화 2014. 9. 27. 01:21

 

왜 아무도 이 아이를 도와줄 이는 없나

 영화 <여자도둑> -

 

영화 <여자도둑>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자되기’란 무엇일까? 또한 언제부터 ‘여자되기’가 시작되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 점을 묻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되기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직 유교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사회에서 여자됨의 의미는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중문화에 의해 다소 개방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여자도둑>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여자되기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초경이 여자들에게 갖는 의미

 

나의 초경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였다는 것뿐, 그 상황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직도 당황스러움 때문에 헤매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 속 승연이도 똑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 승연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여자들이 초경 때 느끼는 감정이다. 초경은 한 소녀가 신체적으로 여자가 되는 계기이다. 이 과정은 매우 축복받아야 하고 경이로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소녀들은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10년이 넘게 자신이 봐왔던 몸이 아닌 다른 몸, 엄마와 비슷한 몸이 되어가고 있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마도 우리 사회의 영향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초경을 막 시작한 여자에게는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소녀들은 알지 못한다. 승연 또한 그러했기에 많이 당황하고 또한 헤매게 된다.

 

이 아이 곁에는 ‘어른’이 없었는가?

 

앞에서 초경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했다. 초경은 소녀가 여자가 되는 과정 중 하나이며 그 과정에는 반드시 소녀를 도와 줄 어른이 필요하다. 그 일을 처음 겪는 소녀들은 대부분이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연의 곁에는 어른이란 없었다.
왜 승연에게는 도와줄 성숙한 어른이 없었을까? 아마도 승연이 ‘가출 청소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승연은 교복을 입고 있지만 학교를 가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인 삼각김밥을 얻어먹고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훔친다. 여기서 감독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가출 청소년’의 문제이다. 가출 청소년들은 어떤 이유-가정폭력 등등의 문제-로 인해 집을 떠나 지낸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어른’이 없다는 점이다. 승연 또한 그런 어른이 없었고 그로 인해 소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초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 또 다른 성차별의 시작

 

나는 처음 마지막 장면을 보았을 때, 저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왜 저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저 남자의 행동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니 그 의미는 상당히 충격적 이였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승연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중요했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한공주’는 몇 년 전 있었던 성폭행 사건인 ‘밀양 여중생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이다. 그 사건 자체보단 여중생의 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지만, 나에겐 그 자체가 큰 충격 이였다.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어쩌다가 저런 이야기가 사회에서 묻히게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도 궁금하다, 승연이 후에 어떻게 되었을지. 소녀는 여자의 과정을 처음 겪는 순간 동시에 여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수치심을 느낀다. 그 복잡한 소용돌이의 상황 속에서 소녀를 아프게 하는 바늘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지독한 현실이며 일어나지 말아야 할 과거이다.

공을 처음 차는 아이에게 공을 찰 수 있는 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듯, 여자가 되는 과정을 처음 겪는 소녀에겐 아이를 도와줄 성숙한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그 과정을 겪었고 그 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어른들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들의 동생 또한 그래야 한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남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