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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거리]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 20:39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경쟁부문 다큐멘터리 <나와 나의 거리> -

 

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나와 나의 거리> 스틸컷

 

남보다도 더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누구나 목표가 생긴다. 이거 끝나면 이거, 그다음에 또 이거, 그리고 또 저거…, 마치 게임처럼 목적지를 따라 쭉 걷던 사람들은 문득 깨닫는다. 지겨움과 답답함, 나태함. 그리고 저마다의 꿈을 찾게 된다. 꿈을 찾고 나서 열심히 자기가 만들어낸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던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느끼게 된다. 이전 길을 걸으며 느꼈던 지겨움, 답답함, 나태함. 그리고 도착점이 있을까 하는 불안을 느낀다. 분명 내가 하고 싶어서 달려든 일인데, 내 꿈인데. 이제는 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분명 나인데, 남보다도 더 알 수 없는 존재가 되버리는 것이다.

<나와 나의 거리>는 이런 나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거리감, 그 속에서 오는 괴리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를 말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원래 이런거야? 이렇게 하는게 맞는거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돌진한 창현과 슬아. 끝나지 않는 회의를 거듭하며 그녀들은 점점 본인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맞는거야?” 하는 물음과 함께.

분명 좋아서 시작했고,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있었을테지만, 창현과 슬아는 시작점도 잡지 못한 채 버벅인다. 어떤 이야기를 할 건지, 남을 대변할건지, 아니면 내 이야기를 할 건지도 정하지 못한 채 애꿎은 회의만 계속한다.

 

나와 마주선 나

 

그래서 결국 창현과 슬아는, 본인들의 카메라에 본인들의 모습을 담는다. 다큐멘터리 촬영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모습, 친구들과의 대화, 부모님, 가족들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면서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의 꿈을 이룬 친구,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한 친구, 어쩌지도 못하고 중간에 멈춰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창현과 슬아는 지금 가 원하는 것이 뭔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 다큐멘터리 <나와 나의 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보는 과정, 영문을 몰랐던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우쿨렐레를 치는 슬아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창현. 배를 잡을만큼 웃겼지만, 그녀들의 모습이 우습진않았다.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이유, 그리고 자기 자신의 꿈에 대한 가사를 읊조리며 유쾌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창현. 그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슬아. 앞으로 그녀들이 걸어 나가는 길도 노래만큼 유쾌하고 신나기를!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서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