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셰에라자드, 감옥 안의 여자들] 스스로 치유하는 여자들, 사회를 치유하려는 여자들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 20:47

 

스스로 치유하는 여자들, 사회를 치유하려는 여자들

다큐멘터리 <셰에라자드, 감옥 안의 여자들> -

 

 
‘아라비안나이트’ 속 전설의 왕비 ‘셰에라자드’


페르시아어로 ‘영토’를 뜻하는 단어와 ‘자유’라는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인 ‘셰에라자드’는 아랍 민족의 설화에 나오는 ‘술탄’의 왕비이다. 여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아랍의 왕인 ‘술탄’은 밤마다 나라의 처녀들을 한 명씩 죽이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고관의 딸이었던 현명한 ‘셰에라자드’는 ‘술탄’에게 매일 밤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설화 속 ‘셰에라자드’는 ‘술탄’에게 살아남기 위해 이야기를 하였으며, 바브다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하며 살아가기 위해 “바브다의 셰에라자드”가 되어 이야기한다.

 

‘천일야화’처럼 가지각색의 상처들


무지하고 책임감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온 여자,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20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야했던 여자, 남편에게 폭력과 강간을 당해온 여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임신과 출산을 해야 했던 여자. 이 모든 이야기는 ‘바브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여성들의 상처이다.
이렇게 여성들을 끊임없이 학대당하고, 고통받아왔지만 레바논 사회에는 이러한 억압을 당하는 여성들을 위한 법적 기준이나 배려가 전혀 없다. 결국 그들은 부모와 남성의 폭력 속에서 탈출하기위해 살인, 마약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을 끔찍한 죄목의 명분으로 ‘바브다 교도소’로 몰고 간 것은 폭력을 행하는 이들이었지만, 세상은 여성들에게 ‘정당방위’라는 이름 대신 ‘살인자’라는 낙인을 선사했다.

 

상처를 또 다시 직면함으로 치유하는 여자들


이미 가족과 세상에게 상처받은 여성들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바깥세상은 그들에게 상처를 준 존재들로 가득하여 오히려 ‘바브다 교도소’ 안이 그녀들에겐 ‘집’이자 보호소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깥에는 그녀들이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하는 아이들, 부모님,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수감자들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교도소 밖으로 한 발 내딛어야 한다.
수감자들은 연극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남에게, 또는 자신에게 이야기함으로서 상처를 객관적으로 직면한다.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폭로한다.

 

개인의 치유를 넘어서서 세상을 치유하려는 여자들


연극에서 수감자들은 몸짓과 연기, 내면의 고백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고통과 상심을 전달한다. 그리고 어째서 자신이 이 ‘바브다 교도소’에 들어와 연극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한다. 교도소 밖 세상에서 부여해주지 못했던 자신들의 ‘정당방위’를 직접 이야기하며 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레바논 사회에 대해 폭로한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러한 몸부림은 내면의 치유를 넘어서서 세상의 부조리를 치유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진다. 아직도 수감자들과 출소자들은 다시는 자신과 같은 여성이 생기지 않길 기도하며 연극을 통해 ‘바브다 교도소의 수감자’가 아닌 하나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잃었던 정체성을 되찾아 교도소를 벗어나 자신을 가두었던 바깥 세상에 직접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한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