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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배구단] ‘시작’의 적당한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 20:51

 

‘시작’의 적당한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할머니 배구단> -

 

 

한 발 서기가 어려운 할머니들


나이가 들면 작은 글자는 돋보기안경이 없이는 보기 어려워지며, 걸음걸이와 말투는 느려지고, 한 발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렇게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변화’보다는 ‘안전’을, ‘도전’보다는 ‘후퇴’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최연소 회원이 66세이며 최고령 회원이 98세인 고령의 여성 배구단이 있다. 98세의 나이로 최고령 회원인 ‘고로’ 할머니는 ‘낙천주의자’ 배구단의 창립 멤버이자, 에이스 멤버이다. 할머니들은 매일 아침 한적한 아침식사와 함께 건강을 위해 생선가루를 섞은 맥주 효모를 마신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도 체육관에 모여 복싱 주먹으로 배구공을 날린다.

 

현실에 안주하는 세대에게 날리는 강력한 서브


‘인생은 50세부터!’라는 농담이 유행한다. 이것은 농담만이 아닌 우리 현실이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젊음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는 노년에 무언가를 도전하기 위해 적당해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말을 증명하듯이 영화 <할머니 배구단>에서는 할머니들은 ‘배구를 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창립 30년 만에 ‘원정경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직접 배구 상대팀과 후원금액을 구하고, 경기 대비하여 네트를 정비하고 전문가와 함께 훈련을 준비하는 등 젊은이들보다 더 열심히 직접 발로 뛰어다닌다. 잠시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할머니들은 도전만큼은 멈추지 않으며 배구를 통하여 스스로 젊음을 되찾고 있었다. 그들에게 나이는 그저 배구선수로서의 등번호일 뿐이다.

 

일상 속 사소한 행복은 웃음을 전염시키고 건강하게 만든다


할머니 배구단인 ‘낙천주의자’ 팀의 상대팀은 스웨덴의 잘생긴 남성 배구단인 ‘화약남’ 팀이다. 할머니들은 ‘화약남’ 팀의 사진을 바라보며 연하남과의 포옹을 상상하며 소녀처럼 웃는다.
할머니들은 우승을 위해서 도전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할머니들의 유쾌한 일상을 위한 암묵적인 규칙인 셈이다. 서로와 함께 배구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유니폼에 국기를 다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할머니들은 결코 배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들은 눈 오는 날 함께 스키를 타며 비닐을 재활용하여 예쁜 손가방을 만들고, 구글 검색으로 배구 경기 규칙을 찾아 인쇄한다. 복싱 주먹으로 배구공을 토스한다면 벌금을 걷어 런던 올림픽 관람을 꿈꾼다. 이 모든 것이 할머니들의 일상이다. 할머니들은 낙엽이 굴러만가도 웃는 소녀와 같이 끊임없이 웃고 떠든다. 함께 있기에 즐거운 것을 아는 할머니들은 구성원 모두를 서로 보듬으며 일상을 즐긴다.
그렇기에 할머니들은 건강하게 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한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