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3˚C] 외로울 수 밖에 없는 ‘한국적 어머니’의 최후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 20:44

 

외로울 수 밖에 없는 ‘한국적 어머니’의 최후

<23˚C> -

 

 

나는 외할머니와 함께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외할머니와 우리집은 가까이 살았고 맛벌이라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외할머니는 나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셨다. 나와 동생은 말 그대로 외할머니가 키워준 것 이기 때문에 우리 둘에게 외할머니의 의미는 남다르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아침밥을 먹여주시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곤 하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우리 할머니는 나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시고 내가 아파트 단지를 나갈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신다. 이런 나에게 할머니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만큼, 이 영화는 특히 많이 와 닿았다.

 

그녀의 자식들은 어디에 있나

 

이 영화는 독거 노인에 대한 영화이다. 이 할머니는 아들을 하나 두고 있지만 오랫동안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들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그녀에게 119 구조대원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인간관계이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1순위는 자신의 아들뿐이다. 그녀의 환상 속에서 아들이 계속 등장하곤 한다.

2000년대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독거 노인에 관한 뉴스가 많이 방송되었다. 왜 그들은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까? 왜 그들의 자식들은 부모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을까? 어쩌면 지금 이 시대, 우리는 부모를 돌보지 않는 우리네 자식들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단지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만 보여줄 뿐, 우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성냥팔이 소녀와 캐롤

 

영화를 보다 보면 상당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할머니에겐 끊임없이 환청이 들리고 환상을 보기도 한다. 특히 성냥을 켜면서 환상이 시작되는데, 이 환상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어린 자식의 모습과 예전 자신이 요리하던 모습을 회상하며 그 당시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그녀에겐 따뜻함과 관심이 없는 현실에서 추위에 대한 신체적인 고통을 넘어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이 영화에는 중간에 삽입곡으로 캐롤이 쓰인다. 이 곡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들려오는 노래이다. 또한 캐롤은 크리스마스의 풍요로운 행복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는 다분히 반어적인 표현이다. 절대로 행복하지 않은 현실과 반대되는 캐롤을 삽입해 그녀의 비참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자화상

 

<23˚C>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나라의 한국적 어머니의 최후를 보여준다. 물론 매우 극단적인 결말이지만, 누군가는 저런 마지막을 만나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적 어머니는 누구일까? 우리네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희생을 하시는 분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사랑을 외면하곤 한다.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있는데, 바로 밥 먹고 가라는 대사이다. 할머니는 보일러를 고치러 온 119 대원에게도 밥을 먹으라고 제안하고 과거에 자신의 아들에게 나가기 전에 항상 밥을 먹으라고 권유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현실이 벅차기 때문에 우리 옆을 항상 지켜주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그녀에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보일러조차 고장 나면서 더욱 더 외로운 삶을 살게 된다.

 

23˚C는 인간이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자 성경의 한 구절로서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탁세웅 감독에게 물었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그는 이렇게 답했다.

 

 

외로운 독거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일러를 고쳐주는 사회적 제도가 아닌 밥 한 끼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말 한 마디이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남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