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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전하는 이야기 <생선구이 다리집> 김봉주 감독

한국여성의전화 2015. 9. 18. 16:10




바람을 피우고 이혼당한 재희. 바람 상대에게도 버림받고 친정 생선구이 집에서 지내던 중 사춘기 아들 은찬이 찾아온다. 은찬만 해도 어려워 죽겠는데, 문디- 여러모로 욕 나오는 타이밍이다. 


Fiwom Note


욕 나올 때 욱여넣는 밥은 왜 그리 목에 턱턱 걸리는지. 가슴을 치며 밥을 넘겨보지만 상황은 나아질 줄을 모른다. 가만있을 수는 없는 법.  이혼 여성과 그의 가족에게 내뱉는 무례한 말을 향해 뻗은 가운뎃손가락은 꽤나 통쾌하다. 시원스럽게 뿌려지는 굵은소금 역시, 마음에 담아 둘 가치가 없는 말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된다.


관객에게 전하는 이야기


우선, 상영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습니다. 영화라는 게, 항상 ‘상영’이라는 전제가 항상 따라붙기 때문에 이렇게 관객분들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생선구이 다리 집>은 그냥 가족영화입니다. 어떻게 소개해 드려야 할까, 고민했는데 항상 대답은 똑같습니다. ‘그냥’ 가족영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상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쌓이질 않고 흩어집니다. 한 사람의 사람으로, 그리고 여자로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보다 10대 때가 더, 그리고 10대 때보다 지금이 더. 그러는 동안 이 골치 아픈 인생! 수많은 관계 중에서 나도 모르게 봉합이 될 수 있는 사이가 가족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마 아이러니하게도 선택권이 없는 유일한 사이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재희, 은찬, 강숙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던 인물들입니다. 서로 닮았다는 것조차 인정하기 싫은 그들이지만 싸움도 화해랄 것도 없이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가족이기 때문이겠죠. 너무도 유치하지만 그만큼 명백한 전제도 없을 테니까요.


영화를 보시며 한 번이라도 웃음 지으셨거나, 영화가 끝난 뒤 주인공들에 대한 걱정이 들지 않으셨다면! 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제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셨을 여성인권영화제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조금이나마 더 와 닿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