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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엄마가 된다는 건 ‘나’의 연장선일까?

한국여성의전화 2015. 9. 18. 18:28

엄마가 된다는 건 ‘나’의 연장선일까?
<다큐멘터리 - 10개월 >

 

 



영화의 주인공인 올리비아와 세르지는 같은 극단에 소속된 연극배우이다. 올리비아는 준비하고 있던 연극 ‘갈매기’의 미국 초연을 앞두고 임신하게 된다.


엘리자베트 벡의 저서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한 조각 내 인생과 아이 문제』의 책을 보며 제목부터 공감한 적이 있다. 이름 석 자로 살다가 누구 엄마로만 살게 되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10개월>을 보고서 한 조각 내 인생과 아이와의 문제가 육아가 아니라 출산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았다.

 

‘갈매기’의 초연이 결정되기 며칠 전, 올리비아는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했다. 단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세르지에게 올리비아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그런데 뉴욕-몬트리올 공동 제작으로 연극 ‘갈매기’의 초연이 결정되었다. 막이 오르는 3월이면 올리비아는 임신 6개월째가 된다. 올리비아는 임신 사실을 밝히고 어떻게든 무대에 서려고 했다. 의상을 바꾸면 배가 나온 걸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은 프로니까 배가 불러서 연기를 못하게 되면 그만둘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임신했으니까 숨어야 해?”

 

그렇지만 올리비아는 7개월 된 배로 어떻게 공연을 할 거냐고, 공연은 그런 게 아니라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반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날, 올리비아는 하혈한다. 검사 결과는 자궁 아래 8cm짜리 혈종. 유산의 위험이 있으니 집에서 가만히 쉬어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 올리비아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내가 고통스러운 건 일할 권리를 잃는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임신은 그 자체로 올리비아에게서 일을 거두어갔다. 연극을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마주한 현실은 10년 동안 쌓아온 게 끝나기 시작할 것 같은 두려움과 발밑이 갑자기 꺼진 기분이었다.

 

임신은 불공정한 거래


올리비아는 혈종을 발견한 날부터 22일 동안 밖에 나가지 못했다. 창문 밖으로 어린아이를 보고 부모를 봤다. 이가 빠졌는데 친구는 임신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일부를 내주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일로 여겨지는 사실에 의문을 표했다.

 

세르지는 밖에 나가서 일했다. 올리비아는 종일 집에만 있었다. 올리비아의 일이라곤 아이를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뿐이었다. 이 하나에 삶 하나, 불공정한 거래가 아닐까.

 

경이롭고 신비로운 10개월?


임신한 것 같지 않아서, 임신한 지금 이 순간을 사람들이랑 나누고 싶다며 올리비아는 파티를 계획했다. 그 장면에서 임신에 대한 현실감이 훅 느껴졌다. 먹고, 움직이는 게 전부 아이를 위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비슷한 날이 반복되어서 이게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경이로운 생명을 잉태한 건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임신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직 엄마가 아닌데 임신부의 매일은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영화의 초점은 임신한 ‘나’에 전적으로 맞춰져서, 임신이 아프고, 두렵고, 고독하고, 예민해지고, 자유를 잃는 것 같고, 일상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거라고, 임신 중인데도 사람들이 말하는 임신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태내 아이는 주인공이 아니었으며, 모성애는 어디에도 없었다. 올리비아의 임신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임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장미_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