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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페미니스트] 말하고 행동하는 위험한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

한국여성의전화 2015. 9. 18. 18:34

말하고 행동하는 위험한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
영화 <주님은 페미니스트>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케이블의 한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자가 함께 출연한 여성 출연자에게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 남성 출연자의 발언은 행동하는 여자, 말하는 여자, 생각하는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이러한 관념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해왔다고 할 수 있다. 슈테판 볼만의 책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문명이 시작된 후로부터 남성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문자와 책, 지식으로부터 여성을 격리시켰던 것이다. 그 남성 출연자의 발언과 슈테판 볼만의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수녀님들의 네트워크는 왜 감시당해야 하나

 

  영화 <주님은 페미니스트>는 미국의 수녀 네트워크가 건강보험개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미국 주교단이 그녀들을 감독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수녀들의 저항을 다루고 있다. 주교단은 수녀 네트워크에 대해 종교인의 정치 세력화가 우려되고, 교리를 따르지 않아 믿음이 의심된다는 견해를 밝히며 감독을 지속한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수녀 네트워크와 주교단의 갈등은 종교의 정치화 및 교리와 현실 제도의 충돌에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종교인의 발언권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속에서 캠벨 수녀가 "여성이 정치를 더 잘했기 때문에 문제를 삼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여성이 발언하고, 그 발언이 사회에 영향을 미쳐서 주류 남성의 의견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셈이다. 이처럼 영화는 가톨릭의 규범 안에서 여성 신도는 어디까지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녀들의 빛나는 눈물과 환호성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수녀들은 주교단의 감독으로 파면당할 위기 속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한다. 극심한 불안 속에서 스스로의 믿음을 의심하면서까지 그녀들이 지켜내고 싶었던 것은 본질적인 사랑과 은총이다. 수녀들은 버스를 타고 전미를 돌아다니며 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시민들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주교의 아동성폭행보다 낙태가 더 나쁘다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수녀들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다. 한편, 수녀들은 스스로가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근거를 찾아 로마로 떠나서 초기 교회의 여성 사제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탄압을 극복하면서 수녀들은 마침내 건강보험개혁을 통과시켜 환호하고, 교황 프란치스코 1세를 감격의 눈물로 맞이한다. 낮은 자리에 임하고 사회에 기여할 것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은 수녀들에게 감독의 종료와 귀기울임을 본받겠다는 찬사를 선물한다. 이러한 해피엔딩은 종교적으로는 수녀 네트워크가 예수의 길을 따라서 낮은 자리에 임한 결과 성령께서 광명으로 인도해 주셨다는 메시지를 준다. 한편으로는, 변곡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은 변혁들을 시도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준다. 무수히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비로소 변화하는 세상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하시는 주님은 페미니스트입니다

 

  영화를 관람하는 도중, 어떤 관객이 "제목이 너무 극단적이야"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편향적으로 설정된 개념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페미니즘은 기존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과정 그 자체이며, 만인에게 평등하게 끌어안는 관점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이미 특정한 색깔이 칠해져 있다. 이러한 현실은 사회와 종교 안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담론이 대두될 기반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이 들게 한다. 교황청과 수녀 조직이 대립한 큰 사건이 발생해도 국내에서는 여성신문을 제외하면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을 보아도 그렇다. 결국, 이미 남성권력에 의해 규정된 페미니즘 개념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페미니스트로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차단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 영화 <주님은 페미니스트>가 주님은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하시며 평등하게 인정하시고, 그러한 점에서 페미니스트임을 알림으로써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벗겨주길 바란다.


글. 무스티_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