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피움

우리의 고백이 그대에게 닿기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25. 16:59

우리의 고백이 그대에게 닿기를
-여성 폭력의 현실, 영화에 스며들다.<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

이연경_피움뷰어


9회 여성인권영화제, 함께 꽃 피우다

 서울극장에서 열린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는 920일 폐막식을 끝으로 4일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여성인권영화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현실과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신하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2006년에 시작된 영화제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여성인권단체이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인 고백의 방향은 총 스물아홉 영화에 담긴 관객들에게 드리는 여성인권영화제의 고백, 우리의 뜨거운 고백이 더 깊이, 더 멀리, 그리하여 모든 곳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총 스물아홉 영화는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 그대 마음과 만나, 피움(피움 줌인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피움 줌아웃 고백의 이면), 경쟁부문으로 구성되었다. 개막작으로는 미국 대학생 성폭력 문제를 담은 영화 헌팅그라운드 폐막작으로는 1989년 이리(현 익산)의 자유무역지대의 아세아스와니에서 일하는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아세아스와니 본사가 있는 일본으로 원정투쟁을 떠나는 영화인 경쟁부문 수상작 스와니 1989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이 선정되었다.

영화제로 한발짝 더 다가서기 - 피움톡톡, 감독과의 대화, 난리피움, 일간지

  영화 상영 뒤
피움 톡톡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이 영화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미국 대학생 성폭력 문제를 다룬 헌팅그라운드피움 톡톡 시간에 관객들이 대학이 성폭력 사건을 쉬쉬 하는 현실을 접하고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였는데, 이에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권김현영님은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영화 속 성폭력 생존자들처럼 기세등등하게, 기세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육상선수를 하기 위해 타지에서 지내던 중 부상으로 육상을 그만 둘 상황에 처한 주인공 이야기 청춘이냐!’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서는 주인공을 육상부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관객이 질문하자, 자신이 실제로 육상부 선수였고 또 달리는 그림체가 좋았다고 감독은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피움톡톡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좋았다. 영화주제가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여성 인권'과 관련된 주제이기 때문에 관객이 궁금한 점도 많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여운이 많이 남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바로 해소해 주어  주인공들과 함께 영화속에 머무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이외에도
고백의 방’, ‘정치의 방향’, ‘오늘의 추천작등 사이드 이벤트 '난리 피움'이 진행되었다. ‘고백의 방은 말하고 싶었던, 말해야 했던 당신만의 이야기,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지 몰라 묵혔던 당신의 뜨거운 고백을 세상을 향해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이다.  ‘정치의 방향은 정치인들의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에 대해 가장 막말이라고 생각한 발언에 스티커를 붙이는 이벤트이다이와같은 이벤트를 통해 관객들이 영화제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 2015.9.16~9.20일 동안 공식 일간지가 발행되었다. 영화 리뷰나 피움톡톡, 감독과의 대화의 내용을 실었고, '피움초이스'부분에서는 영화를 소개하는 글과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실었다. 감독의 글을 읽고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어 영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일간지 맨 뒷면 '당신에게 어울리는 영화는?'에서는 심리테스트 O,X를 하듯 따라가다 보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영작 영화를 재미있게 추천해 주었는데, 영화의 특징을 한번 더 소개함으로써 관객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이처럼 영화제에 참여하지 못한 부분도 일간지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일간지를 발행함으로써 여성인권영화제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익숙한 일상 속 의문 던지기
 
 사실 나는 내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인권에 대해 딱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간혹 취업 시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 제도에 불평을 하는 정도였다. 어느날 여성인권영화제 소식을 접하고 문득 궁금했다. 여성인권이 어떤거지?
 
 영화제에 참여하여 참으로 다양한 영화를 봤다. 대학내 성폭력, 가정폭력, 트랜스젠더와 드랙퀸의 삶, 가톨릭 교회의 가부장적 사회에 도전하는 수녀의 이야기등. 특히 가톨릭 교회의 가부장적 사회에 도전하는 수녀 이야기인 '주님의 페미니스트'를 보며, 여자는 신부가 될 수 없는 것을 당연하다 여겨왔던 나는 꽤 당황스러웠다. 우리사회 속에는 여성인권에 부당한 요소가 빈번히 있지만 그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의문마저 품지 못하고 수용한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내가 여성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갖게된 가장 큰 수확은 '의문 던지기'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치는 라우타와 그의 아들 마티 이야기인 영화 '마티아스'를 보며 왜 가정폭력 가해자는 일상을 유지하고 피해자는 도망쳐 다녀야 하는지 의아 했듯이 이제는 익숙한 일상에 의문을 던지며 살게 될 것 같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삶에 꽃이 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