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피움

나의, 당신의, 그리고 우리의 방향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25. 16:59

 나의, 당신의, 그리고 우리의 방향


나소연


2015년 9월 23일, 여성인권영화제(이하 피움)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한국에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여성인권을 다루는 영화제는 처음일 것이다. 부산에서는 2007년부터 시작했으니 언니와 여동생 격이라 해도 될 것 같다. 개막작인 헌팅 그라운드를 시작으로 4일 동안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29편이다. 이 29편의 영화는 각기 다른 나라,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여있다. 개막식에서는 소리 댄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인 ‘수지 엄마’의 축사가 이어졌다. 보통 개막식에는 윗분들이 나서기 마련인데, 기존의 통념을 깨는 그녀의 용기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인권 영화제이니만큼 그 취지에 맞게 서로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회면을 수놓고 있는 범죄와 끊임없는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이다. 이렇듯 여성인권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현실에서, 영화를 통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다시 한번 주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관객들은 영화와 함께 울고 웃고 때로는 화도 내며 필름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통해 삶을 극복하는 희망과 동시에 무거운 울림을 받게 된다. 피움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피움톡톡’과 ‘감독과의 대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영화의 배경과 더불어 주제의 연장선에서 질문을 던지며 심층적인 이해를 도왔다. 상영관 밖 로비에서는 여성을 향한 ‘최악의 말’을 가려내는 코너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한 켠에는 마음 속에만 있던 말들을 꺼내 볼 수 있는 고백의 방을 만들어 두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꽁꽁 감춘 이야기들은 고백의 방을 통해 후련함을 느끼게 되고, 또 다른 사람의 고백을 보고 공감하며 깨달을 수 있다.

여성인권은 종교, 스포츠 등 정말 많은 범위에 걸쳐있음을 실감하였고,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뜻 깊은 시간이었다. 올해 9회를 맞는 영화제는 마치 9살의 아이처럼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아이의 맑은 눈과 작은 입으로 하는 고백은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오랜 시간 침묵했던 여성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그 동안 당연하게 여기거나 무의식에 존재하였던 것들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변하였다. 그 곁에는 피움이 있었다. 영화제와 함께 호흡하고 땀 흘리신 스태프들과, 좋은 영화를 함께 나누어준 ‘여성의 전화’에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내년에 있을 여성인권영화제도 기대해보며,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큰 의미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