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피움

고백의 힘과 기대의 시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25. 16:59

고백의 힘과 기대의 시간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장미

2015 9 16~20일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이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질주에서도 피움 뷰어로 활동했었는데 처음이라 서툴렀던 활동에 아쉬움이 남아서 올해 한 번 더 피움 뷰어로 참여하게 되었다.

 


고백에 관한 많은 이야기

고백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 고백이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고, 고백이란 행위가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기도 한다. 29편의 영화는 이러한 상황들을 모두 담았다. 영화는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 ‘그대 마음과 만나, 피움’, ‘피움 줌인.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피움 줌아웃. 고백의 이면 5가지 섹션으로 나뉘었다. 각 섹션을 통해 사회문화적 구조와 현실, 행동하는 용감한 여성들, 연대와 성장, 보편적인 현상에 대한 가까운 시선, 보편성을 찾아보기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보여줬다. 영화를 보면서 견딜 수 없는 무력함과 답답함을 느꼈고, 무거운 슬픔과 가슴을 가득 채운 먹먹함으로 아프기도 했다.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는, 피움 톡톡

8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선 감독과의 대화에, 이번 영화제에선 피움 톡톡에 참여했다. 전자가 영화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후자는 영화에 대한 주제와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비디오>의 피움톡톡이다. 관객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영화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와 <아버지의 이메일>의 홍재희 감독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필요해서 <아버지의 비디오>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고, 피움톡톡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아버지를 이해해야 할까? 이해는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혼자서 생각해보려다가 질문을 했다. 돌아온 감독의 대답은 나에게 답이 되었다.

아버지란 존재가 자신을 이해하길 바랄까. 그런 사람이 그렇게 행동을 할까. 아버지란 존재에 대한 환상. 이해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아버지 자신도 어떤 사람인지 모를 것. 아버지라는 권위와 위신으로 가족을 망치는 건 자신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 아버지란 역할보다는 스스로가 누구인가, 어떻게 하는 가를 많이 고민해야 한다.’

혼자서라면 오랜 시간 고민했어야 할 것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완전히 안전한>, <인도의 딸>의 피움톡톡도 마찬가지였다. ‘신고는 해결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 준비되지 않았다면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내가 무엇이 필요한가. 주변 사람들이 상처와 분노를 위로해주는 것도 방법.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의 말은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 방법을 깨닫게 했다.

<운명입니까?>, <나의 침묵>, <리슨>의 피움톡톡은 하나의 짧은 강연 같았다.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상담소 신상희 소장과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생존자, 피학대 증후군, 폭력의 개념, 가정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 가정이란 환경, 생명권 등 여러 가지 용어와 상황을 알려주었다

 

더 가볍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난리피움

고백의 방향이란 주제에 맞게 한쪽에 고백의 방이 있었다. 쉽게 말할 수 없는, 말할 용기가 없던 것들을 익명을 빌려, 장소를 빌려서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사람을 직접 향한 게 아니라서 고백이 훨씬 수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영관 앞에 있던 오늘의 추천작도 좋았다. 티켓팅이 이루어지는 1층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단 아쉬움이 있지만,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테스트였다. ‘고백 No.29’는 영화의 한 장면 위에 명대사를 적어두어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접할 수 있게 했다. 명대사를 먼저 살펴봄으로 영화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난리피움에서 아쉬웠던 한 가지라면 장소의 협소함이다. 2층 상영관 앞을 알차게 활용했지만 넓은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공간의 한계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것에 분노하며 변화를 꿈꾸는 일은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았다. 이상향이 가까이에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리프레쉬였다. 앞으로도 계속 차별을 받고, 평등을 요구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에 저항하고, 많은 일에 분개할 것이란 걸 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으니 변화는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러한 변화에 여성인권영화제가 한몫을 해주리라 믿는다. 작년에도 굉장히 만족했는데 올해는 더 만족스러웠다. 내년이 한층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