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피움

작지만 강한 힘, 고백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26. 17:27

작지만 강한 힘, 고백

- 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기획기사 -

 

류희정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9년간 이어진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곳에 있었다.



지난 916일부터 20, 5일간 서울극장에서 제 9회 여성인권영화제가 진행되었다. 개막작 <헌팅 그라운드>를 포함한 세 개의 섹션과 피움 줌인, 피움 줌아웃, 피움 초이스로 분류된 올해 영화제 작품들은 서로 다른 주제와 고백을 안고 5일간 관객들을 만났다.

 

처음 여성인권영화제를 만나게 된 관객이라면 영화제를 관통하는 주제로 정해져 있는 여성 인권이라는 이름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여성 혐오를 비롯한 여성 문제가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여성 문제는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문제로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 문제가 그들에게 어려운 문제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여성의 경험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그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점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사회에서 여성의 경험, 여성의 이야기는 사회의 수면 아래에서만 논해져왔다. 혹여 사회로 드러나도, 그 특정 여성 개인의 문제로 소거되곤 했다. 그러나 가장 개인적인 문제는 가장 정치적인 문제다.’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여성들의 경험은 우리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 공통이 겪어온 문제였다.

 

이러한 지점에서 올해의 여성인권영화제도 큰 의의를 갖는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은 구조 속에서 차별받는 여성 보편의 문제와 그녀들의 시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1시간 남짓한 영화 시간은 관객들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세상을 향한 대안적 관점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당신에게는 5일간 그녀들이 털어놓은 고백은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었는가.

 

<피움 톡톡>, 관객들 간의 경험을 나누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에 두 차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 함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피움 톡톡>이 진행되었다. 개막작이었던 <헌팅 그라운드>의 피움 톡톡은 그간 한국의 20년간 반성폭력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는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를 통한 한국 캠퍼스 성폭력의 대안과 현재 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봄으로써, 영화가 던져준 메시지에 대해서 관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고민을 던져줬다. <피움 톡톡>을 통해서 관객들은 스크린을 넘어선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고백의 방>,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고백을 공유하다.



9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다양한 고백의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에 고백의 방향을 찾는 참참참 게임, 정치권의 발언을 통해서 말하는 정치의 방향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고백의 방>이었는데, 작게 준비된 방으로 들어서면 이미 방을 거쳤던 다른 관객들의 솔직한 고백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준비된 포스트잇과 펜을 통해서 본인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이곳에서 관객은 고백을 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듣는 사람이 되는데, 관객은 타인의 고백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동시에 스스로가 위로 받기도 한다. 이처럼 고백의 방은 우리들의 고백이 영화가 가져다 주었던 처럼, 또 누군가에게 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10회 여성인권영화제를 기다리며.

 

9회 여성인권영화제가 던진 새로운 <고백의 방향>은 내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줌과 동시에, 사회의 시선 속에 고통 받았던 한 명의 여성인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가 전했던 이야기는 당신이 오직 여성일 때에만 유효한 말이 아닐 것이다. 당신이 여성과 같이 이 사회의 타자로서 살아온 시간이 존재한다면, 당신들의 그 모든 순간들에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영화제만큼이나 내년에도 여성인권영화제를 통해 그녀들의 목소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