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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성들이 보내는 치유와 용기의 메시지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4. 04:22

살아남은 여성들이 보내는 치유와 용기의 메시지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볼크햄 힐스 여성 극단>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제8기 기자단 시유


여기 네 명의 여성이 있다. 시에라리온 온 ‘아미나타’는 반군들의 성노예로 이용될 목적으로 납치되었던 경험이 있다. 케냐에서 온 ‘로즈마리’가 유년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학대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 에리트레아 온 ‘요르디’는 어렸을 적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로부터 길거리에 버려져 폭력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다. 시에라리온 온 ‘야리’는 전쟁에서 겪은 잔혹한 행위로 큰 충격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난민 신분으로 호주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 이야기는 2010년 말 연극 감독인 ‘로스 호린’이 난민 여성이 겪는 폭력의 문제에 관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네 명의 여성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볼크햄 힐스 여성 극단이 막을 올린다.

 



“발은 움직이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야. 사라지지 않는 흉터가 있어.”

<볼크햄 힐스 여성 극단>은 네 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연극을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직접 겪은 피해와 고통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네 명의 여성은 각기 다른 형태의 폭력을 겪었으나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연극을 만들어나간다. 마음을 열고 처음으로 피해를 털어놓는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도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고통을 연극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은 마치 투쟁과도 같은 순간들이다. 그들은 때때로 피해 당시의 냄새를 맡고 촉감이 되살아나는 등의 고통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여성은 자신과의 투쟁을 이겨나갈 수행 방식을 터득해나간다. 


“살아 있다고. 나는 죽지 않았다고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감독 로스 역시 네 명의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 방법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고통을 이겨내고 반드시 연극을 완성하고 싶은 이유에 대하여 로즈마리는 답한다. “살아 있다고. 나는 죽지 않았다고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들은 더 이상 전쟁과 폭력의 희생자로 머물러있지 않는다. 네 명의 여성은 연극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나가는 동시에 이 목소리로 세상의 모든 생존자들에게 용기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볼크햄 힐스 여성 극단>은 이들의 활력과 도전 정신, 그리고 두려움과 고통의 복합적인 모습과 역동을 담아내며,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았고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만나게 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길뿐이에요.” 

2010년부터 5년에 걸친 도전을 완성한 네 명의 여성들. 그들은 움직임, 춤, 노래 등을 통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연극을 완성하고 수많은 이들 앞에서 선보인다. 이것은 분명히 고통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말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길뿐이에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여성들을 도와야죠.” 피해자는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피해자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치유와 용기의 메시지를 건넨 이들의 이야기를 <볼크햄 힐스 여성 극단>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기를 바란다. 당신 역시 이들로부터 치유의 에너지와 연대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