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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your gender : 뮤지션의 성별이 여성이면 겪는 이야기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4. 19:42

<Play your gender : 뮤지션의 성별이 여성이면 겪는 이야기>


글쓴이 : 데드가카스 드러머 나눔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성평등을 연주해줘/ Play Your Gender>는 음악 산업 내 여성이 처한 현실과 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를 만든 싱어송라이터 키니 스타는 질문한다. “인기 많은 여성 가수는 많은데 왜 프로듀서 중 여성의 비율은 5%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2018 인천펜타포트 라인업


여성 뮤지션이 한 명이라도 속한 그룹의 라인업


여성 뮤지션으로만 구성된 그룹의 라인업


한국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여성 음악 페스티벌인 보라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할 때, 여성 엔지니어를 찾지 못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여성 엔지니어만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연을 함께 할 여자 밴드를 찾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첫 번째 사진은 2018 인천펜타포트 라인업 사진이다. 두 번째 사진은 여성 뮤지션이 한 명이라도 속한 그룹의 라인업이다. 세 번째 사진은 여성 뮤지션으로만 구성된 그룹의 라인업이다. 이것이 음악 산업 내에 여성이 위치한 현주소다. 


 이 영화의 소개를 보니 떠오르는 또 다른 기억이 있다. 작년 데드가카스는 한국에서 펑크씬에 꽤 오래 있었다고 알려진, 펑크 잡지를 만드는 백인 남성으로부터 인터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한국 펑크씬에 성차별 문제가 많이 있는지’였다. 펑크씬 안에 있는 사람이 펑크씬 내에 성차별 문제가 많냐고 물어보는 것은, 자신은 성차별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게다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미 어워드에 ‘올해의 제작자상’이 있었던 지난 40년 동안 여성이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0여 명의 후보 중에서 여성은 단 6명이었다. 실력만으로 함께 협업할 단원을 뽑는다던 한 오케스트라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바꾸고 난 후에 여성 단원들이 50% 이상 늘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목격하는 지금 이 시대에, 펑크씬이라고 다를 거라고 믿는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성찰하지 못하는 오만한 태도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더욱 어이없었던 점은, 데드가카스는 펑크씬 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해 왔는데 ‘펑크씬에 성차별 문제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점이다. 

 인터뷰의 다음 질문은 공연장에 여성 관객이 거의 없고, 여성 뮤지션도 거의 활동하지 않는데, 여성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이 점은 비단 음악 산업 내 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은 전문 인력으로 길러지기 어렵다. 드럼 전공으로 예고를 나온 내 친구는 진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성차별을 얘기했다. 담임선생이 같은 전공인 남자애들에게는 성실하게 진로 교육에 임했지만, 여성인 내 친구에게는 “너는 적당히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이나 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렇듯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문 인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좌절시키고, 가로막는다. 좌절을 넘어서 전문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여성은 실력을 떠나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왜냐? 일을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고(진짜로 거의 다), 여성을 동등한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여성 뮤지션들이 공연장에서 엔지니어한테, 술자리에서 남성 멤버한테, 악기점에서 남성 점원에게 무시당하고, 맨스플레인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남성이 여성을 동료로 보지 않는 인식은 언제나 여성 전문인이 성폭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여성이 공연장에 오지 않는 큰 문제 중 하나는 화장실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물어왔다. 우리는 그런 질문은 공연장의 관리인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여성 뮤지션은 정말 없다. 특히 여자 멤버로만 구성된 밴드는 더더욱 없다. 이는 결국에 여성의 목소리, 경험이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막힌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것이 아니다. 남성의 경험과 목소리만이 공유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음악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며, 이런 다양성이 없는 줄 알았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견고해 보이는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고, 모두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여성 뮤지션이 겪는 성차별과 성차별적 구조, 여성 뮤지션의 경험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꼭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성평등을 연주해줘 Play Your Gender> 

- 상영시간 : 9-15(토) 19:15 / 9-16(일) 12:00 

- 장소 압구정 CGV 아트하우스

- 자세한 정보 보기 : http://www.fiwom.org/program/program_view.html?sec=24&idx=596&topstr=&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