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 <능력소녀>, <썬데이>, <여름방학숙제>, <환불>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4. 02:38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능력소녀>, <썬데이>, <여름방학숙제>, <환불>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정재인


9월 13일 오후 3시,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섹션에서 단편영화 네 편 <능력소녀>, <썬데이>, <여름방학숙제>, <환불>이 상영되었다. 상영 이후에는 <능력소녀>의 김수영 감독, <썬데이>의 이서희 감독, <여름방학숙제>의 김아현 감독, <환불>의 송예진 감독과 수진 역을 맡았던 조민경 배우와 함께하는 GV도 진행되었다. 


<능력소녀>

존재감이 없다가 우연히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능력소녀’가 된 주리와 학교 친구들 사이의 미스터리를 그린 단편영화이다. 하지만 주리의 능력은 폭주하기 시작하고, 주리와 학급 친구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맞는다. 



<썬데이>

주인공 혜진은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일요일이 ‘노는 날’이 아니다. 심지어 생리통 마저 혜진을 괴롭힌다. 혜진이의 하루 남짓한 시간을 따라가며 생리대를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여름방학숙제>

주인공 하늘은 인턴으로, 회사의 부장님이 해야 하는 방학숙제를 떠맡는다. 정규직의 압박에 못 이겨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사온 하늘에게 태권도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나타나고, 둘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환불>

수진은 난데없이 입사 취소를 통보를 받는다. 당장 머물 곳도, 돈 한 푼 없는 수진은 ‘환불’을 받기 시작한다.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음에도 꿋꿋한 수진이 마지막까지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 수진의 절망적인 상황에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네 단편영화 모두 여성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모습을 그린다. 더불어 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주인공들은 외롭다. <능력소녀>의 주리는 학교 친구들에게 ‘존재감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썬데이>의 수정은 당장 밤에 잘 곳조차 없이 도시를 배회하고 있고, <여름방학숙제>의 하늘 역시 태권도복을 입은 소녀가 나타나기 전에는 외롭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며 환불을 받으러 다니는 <환불>의 수정 역시 꿋꿋하게 외로운 길을 걷는다. 


네 사람이 외로움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 하지만 네 사람에게 모두에게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네 단편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에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감독들과 배우의 간단한 소개 이후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점이나 소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감독과 배우가 그 질문의 답이 되는 시간을 보냈다. 여성인권영화제에서 보기 드문 '호러'라는 장르를 가진 <능력소녀>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한 관객은 "<능력소녀>가 독특한 영상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했는지가 궁금하다"라고 질문 했다. 김수영 감독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몇 가지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결과인 것 같다"라며 “평소 보던 히어로 영화, 어떤 능력을 통제하지 못함으로서 일어나는 파국, 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와 호러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능력소녀>와는 다르게 십대 청소년의 가출과 생리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그린 <썬데이>의 이서희 감독은 "영화를 준비할 때 '깔창 생리대'와 학생들의 생리대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왔었다"고 밝히며 "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모티브를 얻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한 관객은 “<여름방학숙제>와 <환불>이 취업준비생이 될 스스로에게 와 닿았다”는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공감이 가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여름방학숙제>의 김아현 감독의 경우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던 중, 계단을 오르다가 힘이 들어 누웠고, 누워서 하늘을 보며 하늘색이 왜 하늘색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시놉시스를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환불>의 송예진 감독 역시 "제 세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해보고자 시작하게 되었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더불어 <환불>의 주인공 수진처럼 입사취소를 겪는 취업준비생이 10명중 3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전했다.


‘서로의 질문과 답이 되어’라는 슬로건에 맞게 관객들의 질문과 감독들과 배우의 답으로 이루어진 GV는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더 나은 영화를 만들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감독들의 포부로 GV는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