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늦은 때란 없다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4. 20:25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늦은 때란 없다 

<에로틱 부티크> 피움 톡톡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시유


제 12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세 번째 날인 9월 14일 저녁,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는 줄리아 프릭 감독의 <에로틱 부티크>(2017)가 상영되었다. 상영 이후에는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와 정민아 영화 평론가가 함께 하는 ‘피움 톡톡’이 진행되었다.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 감상을 나누며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아서

영화의 주인공인 엠마는 이 사회의 여느 주부와 다름없는 삶을 영위해오던 50대 여성이다. 엠마는 일생을 남편의 아내로서,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보지 못하였다. 이러한 엠마가 스스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다.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오르가즘을 빼앗겼다고 말하는 엠마는 ‘에로티 부티크’를 운영하며 점차 자신의 오르가즘 즉, 스스로에 대하여 찾아나가게 된다. 이러한 엠마의 변화는 매우 고무적으로 그려진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선 엠마. 좌충우돌 엠마의 모험기는 과장 없이 유쾌하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섹스토이샵’ 전복기 

정민아 평론가는 “그간 섹스토이샵은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여성은 거부감을 느끼고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공간이었으나 이러한 고정 관념을 재미있는 방법으로 깨는 영화였다.” 는 감상을 전했다. 엠마의 에로틱 부티크 안에서 여성들은 누구도 대상화 되지 않고 누구도 착취되지 않으며 자신의 성적인 권리를 누린다. ‘모든 여성’을 위한 에로틱 부티크를 통해 비로소 여성 역시 착취가 아닌 방법으로 성적인 만족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움 톡톡에 참여한 관객 중 한 명은 실제로 여성 친화 섹스 토이샵을 운영 중이라고 밝히며 영화에 대한 공감을 표하기도 하였다. 관객은 “섹스 토이라는 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매개체 중 하나이다. 섹스토이를 손님들에게 추천을 할 때에는 손님의 취향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는 경험을 공유하였다. 현실에서도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는 과정이 결국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작은 즐거움’이라는 이름의 자유 

김홍미리 활동가는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엠마가 공간의 분리를 위해 집 안에 붙여두었던 청테이프를 뜯는 장면을 꼽으며 “이혼을 통보하는 남편과 갈라서기 위하여 집 안을 반으로 나누며 엠마가 마치 반쪽짜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엠마를 필요로 하는 남편과 남편이 필요했던 엠마가 마침내 테이프를 떼어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엠마가 말하는 자유는 누군가의 구속을 담보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 온전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민아는 “작은 즐거움이 새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엠마는 오르가즘을 잃었다고 말하지만 결국 에로틱 부티크를 통해 스스로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며 온전히 자유를 얻었다. 그야말로 ‘작은 즐거움’이 라는 이름의 자유인 것이다.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늦은 때란 없다

영화는 50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무성적으로 한정지어져 왔던 중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메시지를 던진다. 여성의 욕망은 통제되어 왔고 금기시 되어왔다. 이러한 금기를 유쾌한 방식으로 깨부수는 엠마의 선택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과 더불어 희망을 준다. 김홍미리와 정민아는 피움 톡톡 자리를 빌려 모두가 두려움을 태울 것을 강조하였다. 두려움을 태우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낸 엠마처럼 더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을 태우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모험을 시작하길 바란다.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늦은 때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