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일상에서 용기를 내는 당신에게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4. 20:57

일상에서 용기를 내는 당신에게

- <연수의 자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유연기> GV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 기기자단 은기


9월 14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섹션에 출품된 <연수의 자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유연기>의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연수의 자리>의 박수연 감독(이하: 박감독)이 참석했고, 윤현숙 YTN 문화부 기자(이하: 윤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각자의 자리

직장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연수(김영선)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은 <연수의 자리>, 평범한 사람들의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하는 연대의 힘을 강조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엄마의 자리에 놓이게 된 지연(강말금)이 원래의 자기 자리를 좇는 이야기를 담은 <자유연기>. 윤기자는 ‘자리’라는 단어가 세 영화를 잘 포착한다고 이야기하며 GV를 시작했다. 


GV 첫 질문은 여성 노동자를 다룬 <연수의 자리>가 박감독의 경험에서 바탕이 되었냐는 것이었다. 박감독은 모든 내용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경험과, 1년 인턴생활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동안 여성으로 평범하게 사는 게 쉬운 일인가? 하는 물음이 가득했다고 덧붙였다. 연수와 연수의 동료 모두 그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영화를 통해 이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은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였다. 박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들며 남성 임원이 가득하고 ‘페미니스트세요?’ 라는 질문을 던지는 면접장을 들었다. 면접장에서조차 자신도 모르게 눈치를 보는 스스로를 마주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박감독의 답변에 윤기자의 YTN 파업 현장과, 서비스 노동을 수행하는 관객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GV가 진행되는 동안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했던 노동현장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달라질 수 있을까?

<연수의 자리>의 연수와 <자유연기>의 지연 모두 함께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연수는 사장이 아니라 약자인 동료에게 맞서야 한다. 사무실 ‘연수의 자리’는 권력도 돈도 없는 연수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연은 출산 후 영화 오디션을 보지만, 연극을 오래 쉰, ‘아줌마’ 지연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없다. 이들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박감독은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서로가 뭉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결국 연대를 포기하는 연수를 통해 연대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연수와 지연에게 세상은 지독히도 예의가 없다. 사장에게 연수는 ‘6번’이다. 직책도 그렇다고 이름도 아닌 번호로 호명하는 무례함에 연수는 익숙하다. 박감독은 이 장치에 대한 질문에 영화 속 여성 노동자들이 언제나 대체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사장이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지연에겐 소중한 오디션에 스태프는 건성이다. 지각에도, 실수에도 사과하지 않는 스태프에게 지연은 그저 괜찮다고 할 뿐이다. 연수와 지연의 노력은 어떻게 끝이 날까? 연수와 지연이 마주한 견고한 현실이 정말 우리 앞에 놓인 현실과 다를 바 없다면, 약한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우리는 서로의 용기

박감독은 영화 이후의 연수가 죄책감은 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바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면서 사장과 사회가 아닌 연수를 가해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지 묻는다. 박감독의 말처럼 변화를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연대를 말하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함께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바뀌지 않을 것이다>는 ‘예술대학 내 군기문제’에 도망쳤고, ‘세월호 사건과 이후’에 무력했고 ‘여성혐오 사회’에서 살아남은 화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가 연수와 지연처럼 약해지고 지쳐가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용기 낼 수 없는 당신이 나쁜 게 아니라 개인을 파편화하고 나약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사회가 문제라고 말이다. 그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잘 알고, 그들의 어찌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며 토닥인다. 그리고 화자는 ‘보복성 명예훼손 고소’에 맞서 싸운 자신과 연대했던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러면서 그들을 그리고 일상에서 용기 내(려고하)는 우리를 응원한다. 용기를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평범한 우리들의 용기’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