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톡톡

[피움톡톡] 13회 여성인권영화제 <게임의 규칙> 피움톡톡 현장

한국여성의전화 2019. 10. 6. 03:30

13회 여성인권영화제 <게임의 규칙> 피움톡톡 현장

민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게임의 규칙>에는 미국의 10대 운동선수들이 등장한다. 텍사스주의 레슬링 선수 맥, 코네티컷주의 육상 선수 앤드라야, 뉴햄프셔주의 스키 선수 세라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트랜스젠더이다.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선택한 성으로서 경기에 임하는 것은 불공정한가? <게임의 규칙>은 세 선수와 주변 사람들-가족, 연인, 감독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해 105일 토요일, 여성인권영화제에서 피움톡톡이 열렸다. 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 란희 활동가가 진행을 맡고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홀릭 대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리나 활동가가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트랜스젠더가 부딪히는 장벽

다큐멘터리에서 세 선수들은 많은 것과 맞서 싸운다. 우선 사회가 만들어놓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의 이미지와 젠더 이분법이다. 홀릭 대표는 트랜스여성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문제에서 늘 가해의 위치로 얘기되거나, 그들이 생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지적했다. 리나 활동가는 성별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인터섹스선수인 세메냐 선수의 예를 들며 여성성과 남성성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맥과 앤드라야, 세라는 젠더 디스포리아(출생 시 지정된 자신의 성별에 대해 느끼는 신체적 불쾌감)를 느끼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의 성을 부정한다. 성전환수술(SRS)을 받아야만 이들의 성 정체성을 인정해주는 정책은 생물학적 기준으로만 성을 판단하는 사회적 시선이 드러난다.

앤드라야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통계와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게임의 규칙>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40%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회적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에 부딪히면서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겪는 위기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홀릭 대표와 리나 활동가는 입을 모아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지워져있다고 말한다. 특히 경직된 한국 스포츠계에서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고, 트랜스젠더 성별을 바꾸는 법 자체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트랜스젠더 관련된 통계도 없을뿐더러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턱없이 부족함이 지적되었다. 실태 파악이 선행되지 않으니 정책적 해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공정한 규칙이란

맥은 트랜스남성으로 남성 선수들과 레슬링 경기를 하는 것이 소원이지만 태어났을 때의 성별을 따라야 한다는 주의 정책에 따라 여성부에 출전한다. 반대로 트랜스여성인 앤드라야는 성 정체성에 따라 경기를 출전할 수 있는 규정 덕에 원하는 대로 여성 선수들과 겨룬다. 이 두 선수는 모두 그들의 출전은 공정하지 않다는 사람들의 거센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공정한 규칙이란 무엇인가.

관객들은 스포츠 자체가 협소한 규정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기량을 줄 세워서 평가하는 시스템이며, “결국 사람이라면 모두 신체적 조건이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에 애초부터 모두가 공정할 수 있는 기준 자체를 만들 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이클 펠프스처럼 팔다리가 긴 선수가 수영을 재패한다고 해서 그들을 경기에서 배제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리나 활동가는 유독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만드는 성과는 트랜스젠더라는 조건 하나로 부정하거나 반대로 시혜적인 시선으로 칭찬하는현실을 언급하며 공정한 기준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 아니라 , 앤드라야, 세라이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들이 타고난 성질을 바꿨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여성 혹은 남성은 타고난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절대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존재하기 어렵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란희 활동가는 피움톡톡을 마무리하며 기존에 정해진 게임의 규칙 안에서 그것의 공정성을 묻는 것을 넘어서 누가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진 규칙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트랜스젠더 개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여성과 트랜스젠더 간의 갈등으로 문제를 본다면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강자의 논리로 이득을 보는 집단과 차별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