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되었다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톡!! <네티즌> -

채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다큐멘터리 영화 <네티즌>은 각기 다른 사이버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세 여성을 보여준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들은 언어적 성폭력과 허위 사실 유포, 사이버 불링, 불법촬영물 유포 등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성폭력을 겪는다. 그러나 여성들을 보호할 법과 제도는 부재하고, 사이버성폭력은 사소한 문제로 치부된다.

한국은 그 문제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가? 105<네티즌> 상영 이후 진행된 피움톡톡은 허용된 범죄, 여성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와 한국의 사이버성폭력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이버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효린과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자 수석 프로그래머 란희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전히 온라인 공간은 안전하지 않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의 성립은 영화 <네티즌>이 보여주는 문제를 한국 사회도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사성은 불법촬영물이 올라오고 강간 모의가 행해졌던 커뮤니티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 운동에 동참했던 여성들이 사이버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법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다. 효린은 피해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여전히 자원 없음과 법제도의 부재를 느낀다면서 여전히 온라인 공간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만약 내가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라면 어디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처방식도 공유되었다. 우선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와 촬영물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정부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형사고소나 심리치료 등 사건에 대한 지원은 한사성이나 여러 성폭력 상담소에서 받을 수 있다. 효린은 특히 만약 피해를 경험한다면 혼자 절망감에 매몰되기보다, 어렵겠지만 용기있기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이버폭력의 특성상 영상이 계속해서 재유포될 수 있기에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삭제가 곧 피해 회복이 아니며, 삭제 지원 외에도 피해자의 권위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엇이 피해자의 용기를 가로막는가

한 관객이 영화에서 피해자가 법적 조치를 취했을 때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는 수정헌법 제 1조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였는데, 한국에서는 피해자가 법적으로 조치를 취했을 때 마주하는 어려움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효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촬영물이라고 명시한 점을 맹점으로 지적하였다. 이로 인해 재판부가 자의적으로 피해촬영물이 얼마나 음란한가를 판단하여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자신이 촬영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과 이를 저장하고 유포하는 것에 동의한 것은 별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동의여부를 판단할 때 적극적 저항 등의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더하여 피해촬영물이 유포되는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못한다고 하거나,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는 등 사이버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태도 또한 언급되었다.

더불어 한국에서 피해촬영물이 유통되는데 핵심으로 작동했던 웹하드 카르텔과 그를 건설한 양진호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진호는 국산야동이라고 칭해지는 피해촬영물을 유통하고,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필터링 업체와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운영함으로써 수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효린은 양진호가 현재 기소된 상태이며, 그에 대한 관심이 그의 갑질 폭행 사건에 쏠리는 것에 우려했다. 그리고 기소 혐의가 성폭력특별법 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끝까지 사건을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성폭력 문제는 어떻게 근절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사이버 성폭력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이버 성폭력 문제가 어떻게 근절될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효린은 사이버성폭력 문제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전통적 성폭력 문제와 별개의 분절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현실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사이버성폭력만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뿌리깊은 가부장제를 균열내고 박살내야한다고 말했다. 란희는 이에 대해 피해자 인권 보장과 전 사회적 인식 개선, 가해자 처벌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맞추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이버폭력의 문제는 단지 사이버 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산업의 구조를 바꾸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개개인들이 연대해야한다. 이 시간이 변화를 만들기 위한 기나긴 싸움에 동참하게 되는 첫 발걸음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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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14회 여성인권영화제 2020년 12월 1일(화)~12월 10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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