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톡톡

[피움톡톡] 정치하는 여자들, 투쟁하는 여자들

한국여성의전화 2019. 10. 6. 03:07

정치하는 여자들, 투쟁하는 여자들

- <마리엘르와 모니카> & <여성의원> 피움톡톡 현장 -

 지은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10월 5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13th Film Festival For Women's Rights) 상영작인 <마리엘르와 모니카>와 <여성의원>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진행한 이 날 행사의 주제는 ‘왜 여성정치인어야 하는가’였다. 출연자로 함께 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하 정 의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 운영위원장(이하 신 위원장)은 각각 한국의 여성 정치인으로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며 현장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주었다.

모니카와 카르멘

  <마리엘르와 모니카>와 <여성의원>은 모두 복잡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여성 정치인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전개하는 투쟁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우선 <마리엘르와 모니카>는 빈민가 출신 흑인 레즈비언으로서 브라질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마리엘르와, 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전 사회적 혐오에 대항하여 투쟁을 이어나가는 마리엘르의 파트너 모니카의 삶을 다룬다. <여성의원>의 주인공 카르멘 카스티요 역시 라틴계 출신 청소노동자 여성으로서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시의원 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싸워나간다. 피움톡톡 현장은 두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열기가 넘쳤다. 출연자들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꾸준하게 정치하고 투쟁하는 모니카와 카르멘의 모습에 굉장히 공감되었다는 말로 운을 띄웠다. 특히 신 위원장은 “여성에게 있어 투쟁은 삶의 일부분”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기억에 남고, 거기에 더해 정치판의 가부장성과도 싸우는 인물들이 정말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왜 여성정치인이어야 하는가?

  나눔 활동가는 이러한 답변에 이어 ‘왜 여성정치인어야 하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던졌다. 두 출연자는 사실 이것이 너무나 ‘간단한 문제’라고 답했다. 여성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2을 차지하고 있고, 그만큼 적절히 대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여성 국회의원이 단 17%밖에 되지 않고, 그래서 ‘정치인의 얼굴’은 주로 중장년-중산층-남성으로만 상상된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들, 특히 여성주의적 관점을 지닌 이들이 정치판에 더 많이 들어가서 우리가 발붙인 실제 삶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출연자들은 강조했다.

  또한 정 의원은 자신보다 앞서 도전한 여성 롤모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컨대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들은 해외 파견이나 대통령 특사와 같은 중요한 일정에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은 자신보다 더 경험 많은 여성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관행을 변화시키려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장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렇듯 경험의 가능성을 확장해나가는 투쟁은 여성들로 하여금 세상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만든다.

  이에 여러 관객들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변화시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질문했다. 신 위원장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개개인이 출마하는 것, 출마자를 지지하는 것, 여성 정치인들에게 표를 던지는 것 등을 방법으로 제시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정 의원 역시 정치는 “물과 공기와 같아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정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제도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그들의 삶에서 우러난 경험을 갖고 기성 정치 환경과 구도에 최대한 침투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우리에게는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하다

  이번 피움톡톡의 또 다른 화두는 <마리엘르와 모니카> 속 모니카가 끊임없이 강조한 ‘혐오 정치에 대항하는 애정과 연대의 정치’였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화가 전개되는 듯한 현상이 포착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관객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이 현 시국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오와 폭력의 단어로 소수자들을 배척하지 말고, 모두가 연대하며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꿈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 의원도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진 모든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현실을 바꾸는 데에 도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관객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일상에서 투쟁해나가야 한다”는 신 위원장의 말과 “우리 모두가 반드시 변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살면 좋겠다”는 정 의원의 말에 큰 박수를 보냈다. <마리엘르와 모니카>와 <여성의원>이 불어넣어 준 더 넓은 정치적 상상력이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