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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톡!톡! 현장 스케치] 피움 줌인, 이것이 공포다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1. 10. 8. 18:15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7일, 3회차 [피움 톡!톡! 현장인터뷰]가 적극적인 관객들의 호응과 함께 아쉬움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3회차 상영은 섹션<피움 줌인, 이것이 공포다> 5편을 상영했고,(아침에, 사진 속 그녀, 소꿉장난, 엄마의 껌딱지, 마마 앤 미미)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객석을 채우며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탄식과 웃음 등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 상영이 모두 끝난 뒤, 란희 활동가가 진행자가 되어 영화 감독들과 관객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관객들의 심도 깊은 질문과 답변을 듣고 있자니 괜시리 나의 마음이 뿌듯해졌다. 웃음도 많고 똑똑한 그들과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참여자: 란희 활동가(이하 란희), 前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이하 오매), <아침에> 감독 김수환(이하 수환), <소꿉장난> 감독 김지영(이하 지영), 관객들(이하 관객)



란희 먼저, 공포하면 어떠한 것들이 생각나나요?

 : 귀신, 좀비, 대통령, 살인범 등이 생각나요.(관객들의 대답)


란희

 : 여러분들 <소꿉놀이> 영화 어떠셨어요? 저는 이 영화가 무서웠거든요.


관객

 : 싸우다가 부모님이 들어오시니까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부모님을 반기는 상황이 너무 무서웠어요.

지영

 : (웃음)원래는 코미디를 쓰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바다를 갔어요. 때마침 피서철이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뒤를 도는 순간, 모래 사장에서 아기가 혼자 모래를 갖고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앞으로는 할머니를 포함해 대가족이 아기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서로 욕을 하면서 달려왔어요.  그 아이의 가족들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 아이의 가족들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런 가족들과 함께 자라는 아이는 과연, 어떤 식으로 혼자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을지를 말이죠. 이 생각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티브가 된 거에요. 



란희 

 : 작년의 경우 가정폭력이 50%가 넘었어요. 정서적, 신체적 폭력을 포함해서 폭력이 허용되고 일상생활속에 노출된 것이 무서운 현실이죠. 김수환 감독님은 <아침에>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오메 선생님은 영화를 보시면서 어떠셨나요?

수환 

 : 몇 년 전, 아는 동생이 동네에서 영화와 비슷한 일을 당하게 되었어요. 영화 속에서는 신체적인 폭력으로 대변했지만, 실제로는 누군가한테 쫓김을 당한 일이었어요. 당시 저랑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의 목소리가 이상해지면서 중년의 남성이 지퍼를 열고 자기를 쫓아오고 있다는 거에요. 한밤중이었고, 그 상황은 20분간 계속 지속되고 있었어요. 물론 전화를 받자마자 저는 그곳으로 찾아갔지만, 동생이 있던 곳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지하철 역이었어요. 그 상황이 저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이 사건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어요.

오매

 : 현재 저는 여성들을 상대로 자기방어 훈련을 열고 있어요. 성폭력 피해자 운동도 하고 있는데 여성들을 보면, 예컨대 밤길을 다니는 것조차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실제로 나한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란 걸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발생하게 되었을 때 굉장히 급작스럽겠죠. 그래서 이를 위해 미리 훈련을 해야하는데 한편으로는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놀람을 미리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공포를 이기고 싶어서 자기방어 훈련을 배우러 오시지만 진지하게 훈련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세요. 그러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 사용할 수 없게 되는거죠. 영화를 보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지 혹은 용납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되었어요.



란희 

 : 잘 들었습니다. 감독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니까, 이제 관객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여러분들은 어떤 영화가 무서우셨어요?


관객 

 : <엄마의 껌딱지>를 보면서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 내용이 이혼가정을 다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고요. 또 마지막 장면에 가족사진이 나오는 이유가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관객

 : 여자가 아이를 낳아서 평생동안 책임져야 한다는 공포 이야기 같아요. 요즘 집에서 동생을 제가 키우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나오는 장면들이 동감이 많이 되었어요. 특히 아이에 대한 유대감, 아이와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현실이 엄청난 모성애라고 볼 수 있지만, 자식은 그것을 의지하게 되고 부모는 그 자식을 책임지게 되는 상황이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란희

 : 김수환 감독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자식이 줄을 끊으려고 할 때, 짠하기도 하고 슬펐어요.

수환

 : 저는 관객분이 말씀하신 것을 공감해요. 엄마가 자녀를 낳게 되면 모든 사랑을 쏟게 되죠. 하지만 크게 되면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도 공포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

 :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사랑으로 아이가 태어났지만 커가는 과정에서 많은 인내를 요구해요. 아이를 기르면서 기쁨도 있지만 때로는 제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어요. 아이가 성장해서 제 꿈을 실현시키려고 사회로 나가면, 이제는 더 이상 사회에 유입될 수 없는 상황을 겪어 봤거든요. 이런 현실이 실제로 자식이 껌딱지가 아닐까 싶어요. 현재 캥거루  족이라고 많이들 하시는데, 영화가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해요.

관객

 :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식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잖아요. 그리고 나서 부인이 남편에게 아기를 안기게 했던 장면을 보면 '이제는 남성 차례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관객

 : <아침에> 감독님께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마지막 장면에 화면이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있나요? 특히 되돌아가는 장면에서 주변인들이 방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진짜 폭력이다.’를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수환

 : 맞아요.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방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변인들도 각기 캐릭터가 있는데요. 맨 처음에 가방을 들고 등장한 사람은 지식인을 상징해요. 헌데 지식인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죠. 모든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지식인의 무반응, 즉 지식인에 대한 무서움을 말하고자 했던 장면이에요.

 

 


 

관객

 : 질문이 여러개가 있습니다. 먼저,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왜 공포에 대해서 만들었는지 궁금하구요. 두 번째로 <아침에>영화에서 감독님은 배경음악을 클래식으로 선정하셨는데, 클래식이라는 배경음악으로 인해서 좀 불쾌하기도 하고, 영화가 미화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세 번째로 <소꿉장난>에서 영화 시작을 웃음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웃음으로 접근하게 되면 사실에 대해서 제대로 집중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구요. 마지막으로 자기방어 훈련에 대한 매커니즘을 조금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란희

 : 먼저, 한번의 질문에 모든 것을 포함시켜 주셔서 감사하구요.(웃음) 공포를 잡은 이유는 여성인권영화제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체해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주로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는데,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황이 너무 무서워요. 폭력적인 사건도 무섭지만, 사회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보호 시스템과 방치가 실제로는 더 무서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꼭 폭력이라는 것을 신체적 폭력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고 해석해 보고 싶었어요. 

수환 

 :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영화를 만들 게 된 것이 직접 접해본 사건때문이잖아요. 더 말씀을 드리자면, 동생을 찾으러 현장에 갔더니 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조용했고, CCTV를 보니 실제로 그 장소의 CCTV는 고장난 상태였어요. 그래서 경찰로 갔더니 경찰서에서 말하기를 실제적으로 가해진 폭력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러한 현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영화를 보면서 느끼기를 바랬거든요. 그래서 배경음악이 클래식인 것이 불편하실 수 있을 텐데, 이것은 당연히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지영

: 아이들은 모르는게 많고, 또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배우고, 한창 배우며 자라는 나이에 폭력을 보고 자란다면, 그 아이들에게는 폭력이 일상화 되어서 놀이정도로 여겨지지 않을 까 싶어서 그러한 코드를 영화 속에 삽입하게 되었어요.

오매

 : 여성폭력의 대부분은 가해자의 메시지가 피해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요. <사진 속 그녀>와 <마마 앤 미미>의 장면들이 장난처럼 보이지만 공포와 연결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에서 원하는 몸의 이상향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으로는 ‘그러면 안돼.’라고 생각하지만, 몸이 나가는 방향은 사회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거죠. 이처럼 피해자는 가해자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들로 가득한 환경에 고립되어 더 공포적인 세상이 되어버리는 거에요. 결국에 피해자는 가해자가 지시하는 메시지를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로도 체화 시켜버리는 거죠. 이런 것들을 방지하고자 자기방어 훈련을 하고 있어요. 예컨대 무술을 한다거나,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작은 목소리라도 내보는 것 등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어요.



 


란희

 : 아, 관객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너무나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감독님들과 오매선생님의 한마디 씩만 들어볼게요.(웃음)

지영 

 : 우선, 앉아서 진행하게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제가 많이 떨어서 서서하면...(웃음)

많은 분들께서 영화를 봐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또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한

 : 영화를 상영하게 되고, 관객과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고, 감사합니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과 또 만나도록 할게요.

오매 

 : 영화를 보러 오신 분들이 희망이에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알고 살아가게 된다면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겁니다. (박수)




피움 기자 황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