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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의 대화] 약속, 산정호수의 맛

한국여성의전화 2011. 10. 10. 15:05

처절한 성행위에 대한 짧은 고찰

어느덧, 영화제 마지막 날. 2회 차에 상영 된 것은 약속과 산정호수의 맛 두 편의 영화였다.

<약속>은 양현아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의 개인적인 계기로부터 시작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식물인간인 남편을 둔 아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내인 정인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젊은 애인이 있고 식물인간이 된 남편이 있다. 남편은 시어머니가 돌보지만 어떤 이유인지 시어머니에게 사정이 생겨 돌보지 못한 3일간 대신 남편을 돌보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 남편은 여전하고 또 낯설다. 여전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은 낯이 익고, 같이 생활을 할 수 없는 남편은 낯설다. 같이 음식을 먹지도, 같이 TV를 보고 웃을 수도 없고 같이 섹스도 할 수 없다. 이런 남편을 보는 아내는 어떤 심정일까? 아내는 남편을 떠날 결심을 하고 이혼을 준비한다. 남편이 입원한 병실에 애인이 찾아온다. 애인은 함께 밥을 먹고 TV를 보고 장을 볼 수 있다. 생활을 할 수 있는 애인과 생활을 할 수 없는 남편 사이에서 아내는 갈등한다. 아내는 선택을 내리고 남편을 바라본다. 그때 남편의 얼굴에 흐르는 한 줄기 눈물, 아내는 이것이 의식이 돌아오는 전조가 아닐까 간호사에게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생리현상에 불과하다는 반응뿐이다. 아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관계를 하려 시도하지만 낙담하고 만다.
병원에 있는 환자와 간병인, 환자에게 기약없는 기다림의 약속을 해버린 아내는 그 약속에 메어있어야만 하는가? 이 영화는 쉽지 않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산정호수의 맛, 이는 연하남을 짝사랑하는 어느 아주머니의 웃지 못할 사랑이야기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강순임씨는 어느 날 딸아이의 옷을 입고, 딸아이의 예쁜 부츠를 신고 집을 나선다. 그녀의 행선지는 산정호수, 그녀의 비밀스런 가을날의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다. 짝사랑하는 연하남에게 전화를 걸고는 용건이 없던 그녀는 느닷없이 산정호수로의 길을 묻는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떠나게 된 여행, 그녀의 여행에 동행한 것은 가을날의 추억이다. 가을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하니, 회사의 야유회가 있었다. 짝사랑하는 그와 이인 삼각 경기를 한 것이 그날 일정의 전부였지만 그 한 사건이 그녀 안에서 싹트고 부풀어 올라 순임씨는 로맨스 드라마 속의 된다. 추억 속의 그이는 자상했다. 이인삼각을 하느라 부어오른 그녀의 발목을 걱정해서 오리배의 페달을 대신 밟아주고, 커플 핸드폰 고리를 하자고 선물한다. 잘 각색되고 편집된 아주아주 멋진 추억 속에 둥둥 떠다니던 그녀는 얼어붙은 산책길을 걷다 미끄러지고 처량맞은 현실과 다시 마주한다.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다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한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처절한 성행위이다. 약속의 정인에게 성행위란 남편의 의식을 확인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의 처절함이다. 산정호수의 순임씨의 자위란 처량맞은 현실을 잊게하고 조금이라도 꿈 속에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처절함이다.


양감독과의 인터뷰!!


두 편의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두 분 모두 모시고 싶었으나 <산정호수의 맛>의 부지영감독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약속>의 양현아 감독만을 모시고 진행하였다.

약속이란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양)약속은 남편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새로운 남자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원래 마지막 플래시백으로 처음 남자가 병원에 실려갈 때 여자가 남편에게 기다림을 약속하는 장면이 삽입될 예정이었으나 사족같기도 하고 다중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삭제되었습니다. 제목과의 일체감은 조금 떨어졌지만 관객들이 느끼시는 의미 그대로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양) 학교 졸업작품으로 찍게 되었고 개인적인 계기로는 간병을 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보다도 그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들에게 더 관심이 갔습니다. 때론 간병인들이 더 힘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그런 간병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남편과의 베드신이 나오는 데 아내의 미련과 같은 그런 의미인가요?
양) 네. 아주 잘 잡으셨는데요 아내의 미련이기도 하고 일종의 마지막 확인과도 같은 거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고 이렇게라도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거에 대한 의문에 대한 확인, 이미 결정은 내렸지만 그에 대한 죄책감과 미련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담겨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에 상영되었는데 작품이 여성인권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양) 여성인권영화제에 상영된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여성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고 저런 상황에 처한 여성의 상황은 어떨까?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영화였습니다. 그 선택에 대한 답은 그 여자의 문제이지 우리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남편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양) 실은 아무 의미가 없는데도 아내는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어 해요. 마치 아내에게 애인이 있고, 곧 아내가 약속을 어기고 자기를 떠날 거라는 걸 그런 상황을 알아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아내에겐 보이죠. 관객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게끔 연출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하실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려요
양) 스크린에 상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영화제마다 다른 반응이 참 신기해요. 무척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