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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속에서 정의 찾기 - 「정의의 법정 Invoking Justice」(디파 단라즈, 2011)

피움 2012. 9. 21. 20:21

맥락 속에서 정의 찾기 - 정의의 법정 Invoking Justice(디파 단라즈, 2011)

 

 

 

 

 우리는 모두 다른 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작게는 내 앞에 서있는 한 명 한 명, 크게는 다른 문화인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문화상대주의의 역습을 받기도 한다. 사회적 관습에 대해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면, 이 문화적 맥락에서는 이럴 수밖에 없어, 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 것은 좀 잘못된 것 같아, 라고 말하면, 그건 서구화 된 시각의 오만이며, 이들은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상대주의의 탈을 쓴 반박이 온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지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뒤흔들어 놓는 것은, 분명 오만이다. 그러나 그건 그들이 진짜 행복할 때의 일이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렇다고 서구적인 제도를 무조건 도입시키려 하는 것은, 문화우월주의의 오만일터이다. 그러나 그냥 있는 것 역시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상태에서는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정의의 법정 Invoking Justice(디파 단라즈, 2011)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남부 인도의 이슬람 회의기구인 자맛(Jammat)은 지역 사회 내의 크고 작은 일들을 판단하고 중재한다. 그러나 자맛은 오직 남성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여성은 설령 자신이 관련된 일일지라도 자맛에 참석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자신들을 타자화하는 남성 자맛에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자맛을 만들었다. 이제 12000명의 회원을 가진 여성 자맛은, 이슬람의 교리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다 더 평등한 현실을 위해 싸운다.

 

 여성 자맛은 강해보였다. 물론 영화인지라 연출적으로 장면을 모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탁되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여성 자맛의 회원들은, 정말 강했다. 그들에겐 논리가 있었고, 행동력이 있었고, 의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신념이 확고했기 때문이었다. 남성 자맛이 지배하는 이슬람 사회에 서구의 의회제도를 단순히 답습한 기구가 들어왔다면, 이렇게 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제도는 인도 현실에 대해서 빈틈이 너무 많았을 테니까. 그러나 여성자맛은 오히려 종교와 율법을 잘 알고 존중하기에, 침묵으로 함구해버리는 권위들에게 대항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게 만들 수 있었다. 신의 말을 잘 알기에 오히려 신의 뜻대로, 라는 대답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여성자맛은,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맥락에 함몰되어 버리지 않고 약자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답을 제시해준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웹기자단_ 임금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