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피움뷰어

[델라웨어 12번가] 진실된 생명 존중이란...

피움 2012. 9. 24. 00:47



델라웨어 12번가는 우리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아마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말한다. 바로 '낙태'에 대한 문제다. 


영화에는 임신중절센터와 임신관리센터(낙태금지센터)가 너무나도 희극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생긴 임신중절센터 앞에 임신관리센터란 유사한 이름으로 낙태금지센터가 생겨나고, 이 센터는 끊임없이 앞의 임실중절센터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생명권을 우선시 하는 프로라이프의 논리는 굉장히 당연한 논리다. 태아도 생명이고, 그런 생명을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확실히 맞는 말인데, 과연 낳기만 한다고 그것이 생명권이 지켜지는 일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에 대해 프로라이프 의사들이 낙태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들을 고발해 헌재에서도 4:4판결을 내려 합헌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낙태는 형법상 위헌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여성들은 자신들을 왜 아이낳는 도구로만 여기냐며 분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낙태가 가능하고, 시술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강간 생존자가 임신했을 때나 가능하기는 한데, 이것도 강간 사실이 입증되야 가능한 일이다.(아이가 다 크고 낳을 때까지 가해자가 강간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범죄자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상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여성은 생명권이 없는 건가? 프로라이프와 나름 대립되는 프로초이스 의사들의 심볼은 바로 옷걸이다. 낙태시술이 불가능해지자, 옷걸이를 가지고 스스로 임실 중절을 시도했던 한 여성이 끔찍하게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그 누구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서 낙태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단지, 낙태가 정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성의 배 안에 있는 태아에만 집중하면서 생존권을 주장할 뿐,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여성 혼자서 아이를 만든 것도 아니고, 나중에 애를 낳더라도 여성이 길러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쏙~ 빼놓고 침묵하면서 낙태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생겼을 때 정말 이 아이와 공감하면서 수천번 수만번 생각하고 고민하고 슬퍼하는 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누가 뭐라고 해도 결국 산모일 수 밖에 없다. 낙태라는 것은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닌 것이다. 


낙태를 자꾸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합법화하는 것이다, 이미 프로초이스라서 그렇다라는 식으로 몰아가는데 이는 절대 틀린 말이다. 낙태는 여성이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지키는 것에 있어서 가장 기본되는 방법 중 하나다. 임신에 대해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찾기 힘들다. 여성이라서 쫓겨나고, 여성이라서 승진하지 못하고...


임신중절은 말 그대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그만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에 소개되는 프로라이프 측의 논리가 너무 어거지라서 말이 안 나온다. 아이가 둘이고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데도 무조건 낳으라고 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심지어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다는 여성 앞에서 콘돔은 어차피 85%밖에 못 막으니 어차피 임신했을거라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 등. 올바른 성관계와 임신방지에 대해, 그리고 정확한 임신주를 말해주지 않으면서 개월수를 늘려서 아이를 무조건 낳게 하는 그 행태는 나름 종교적 신념으로 생명을 존중한다고 외치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심지어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본 적도 없고 가족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을 가족이 없는 신부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어이가 없기 시작한다. 당사자의 입장은 커녕, 그 입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못할 집단들이 마치 자신들이 뭐라도 된양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외치는 것을 보면, 무지에 대한 '악'이 생각난다.


그들은 임실중절에 대해 악이라고 말하면서 악마에 씌였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들도 그러한 악에서 자유로워보이지는 않는다. 무조건 낳는다고 끝인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그 과정은? 돈은? 그 무엇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결국 아이에 대한 학대일 수 밖에 없다. 환경적 요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임신과 출산은 결국 그 아이와 산모를 둘러싼 모두의 불행을 불러온다.(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척 드물다.) 왜, 그들의 논리로 여성과 아이의 인생을 망치고 조종하려고 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모순적인 일이 있다면, 낙태가 합법화된 나라일 수록 오히려 낙태율이 적다는 것이다.(그리고 낙태가 위법인 나라일 수록 낙태율이 높다.) 낙태를 보장하는 곳은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인정하는 곳인데, 그러한 곳의 여성일수록 자신의 몸과 임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준비한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아이가 생길 경우, 여성뿐 아니라 아이의 부친에게 혼인을 했든 안했든간에 무조건 부양비를 주게 법을 만들어 놓아서 남성 쪽에서도 피임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해 낙태가 일어날 사건부터 원천봉쇄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성교육부터가 참~ 안된 나라다. 성과 관련된 일이 일어나면 성폭력이나 성희롱 임신까지 무조건 그 책임을 여성에게 묻는다. 말 그대로 남성을 처벌하지 않는 나라라고 해야하나... 여성들은 자신들을 자기 방어할 것들이 필요하다. 무조건 피임도구를 활용해서 성관계를 가져야 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성은 쾌락과 동시에 임신이 뒤따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모두 프로라이프와 프로초이스를 대립시켜 극단적으로 치닿게 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두개를 함께 합쳐 여성들이 진실로 임신을 한 뒤, 제대로 된 정보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적+정시적+물리적 센터가 필요하다. 한 곳에서 중절과 출산을 모두 할 수 있고 말 그대로 선택과 책임이 뒤따르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생명존중을 외치면서, 정작 생명을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명과 평등은 모두 필요한 요소다. 여성 역시 중요한 생명이다. 단순히 임신중절을 여성의 선택으로만, 여성의 실수로 인한 처리과정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진실된 생명존중은 바로 여성과 태아의 낳을 권리, 낳아질 권리, 그리고 제대로 키울 권리,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권리에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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