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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대답이 모여 더 풍성해진 축제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6. 00:47

서로의 대답이 모여 더 풍성해진 축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난리피움’ 부대행사 현장취재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한지원


영화제는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들이 서로 공감하며 즐기는 ‘축제’이기도 하다.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우리가 서로의 대답입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느끼고, 감상을 공유하는 CGV 아트하우스 내부에서는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이벤트가 열렸다. 벽에 붙은 메모판에는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 포스트잇이 붙었고, 그 질문 주위로 각자의 손글씨로 쓴 다채로운 대답들이 이어졌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첫걸음,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는 유독 많은 포스트잇이 붙었는데, ‘불편한 것을 넘기지 않고 지.적.하.기.’, ‘탈코르셋, 욕망의 대상 되는 것 벗어나기’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나누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라는 질문에는 ‘밤에 산책하기’, ‘혼자 여행하기’ ‘남자는 개성 있게 생겨도 배우 하는데, 여자는 개성 있게 생기면 배우 못한다고 해서 포기했다’는 사연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서로가 있어서 괜찮아요’와 같은 따뜻한 대답들도 이어졌다. 



‘우리가 서로의 대답입니다’ 인증샷 이벤트의 일환으로 각종 SNS에는 #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질문과대답이되어 해시태그가 달린 영화제 풍경 사진, 기념품과 티켓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감독이라면!’, ‘당신의 취향에 답해드립니다!’, ‘먼지차별 근절 캠페인’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CGV 아트하우스 앞 광장에서는 다양한 부스 행사가 펼쳐졌다. 그중 여성영화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보는 ‘내가 감독이라면!’ 이벤트에 많은 관객의 참여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만약 감독이 된다면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로 ‘데스노트를 여자가 갖는 영화’, ‘여성 스승과 여성 제자가 서로의 세계를 박살 내는 영화’, ‘50대 비혼 여성들의 쿠바 여행기’ 등을 꼽으며 그동안 영화계가 좀처럼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성서사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또한 관객이 바닥에 적힌 질문을 읽고 YES 혹은 NO로 답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을 수 있는 ‘당신의 취향에 답해드립니다!’ 이벤트도 준비되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남초인 환경에서 지내며 불편했던 적이 있다’ 등의 질문에 모두 YES라면 유능한 여성이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영화 <넘버원>이 ‘취향 영화’로 나오는 식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사소하고 일상적이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먼지차별’의 경험을 고발하는 메모판에는 먼지 뭉치 모양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그렇게 화장 진하면 남자들이 싫어해’와 ‘오늘 화장 안 했어? 그러고 가면 알바 안 짤리냐?’처럼 모순적인 외모 지적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 격한 운동 아니야?’, ‘여직원들은 결혼하면 그만두지 않나요?’처럼 여성의 삶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해버리는 ‘먼지차별’의 폭로가 이어졌다. 이벤트 팀의 이유미 자원활동가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영화제에 와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답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60대 여성 관객분도 오셔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 것 같아서 뜻깊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죄? 무죄?’, ‘그런 가족은 필요 없다’


역시 광장에서 이어진 ‘유죄? 무죄?’ 이벤트에서는 여성폭력 사건에 대한 구형을 관객 스스로 내려보고, 실제 판결 결과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불법 촬영, 성폭행, 아동성범죄 등 심각한 여성 대상 범죄 사례가 있었지만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징역 기간이 매우 짧았고, 집행유예나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으로 지속적인 폭력으로 생사를 위협받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망케 한 경우에, 이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렸을 때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를 ‘성폭력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스 행사를 담당한 이벤트 팀의 최은미 자원활동가는 “심각한 여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무죄 혹은 집행유예 판결이 난다는 현실에 함께 분노해주셨던 관객분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바로 옆쪽에서는 ‘그런 가족은 필요 없다’를 슬로건으로 한 『가정폭력범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이혼 과정 중 가정폭력 가해 남편에 의한 여성살해 사건’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재수사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었다.


CGV 아트하우스 내부, 광장에서 펼쳐지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 출품된 영화의 명대사가 적혀있는 포토카드를 한 장씩 받을 수 있다. 이벤트는 영화제가 끝나는 16일까지 계속되니, 영화를 관람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영화제를 추억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