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피움뷰어

[옆집 아이] 우리 옆집에도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9. 03:35

 

[옆집 아이] 우리 옆집에도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옆집 아이> 스틸컷

 

     우리 옆집에도 흔하게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 그러나 평범하지는 않다. 유쾌하지도 않다. 이 영화는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은 우울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911로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엄마, 아빠가 싸우고 있어요. 계속 싸우고 있어요. 멈추지 않아요." 아이의 절규는 처절하게 들린다. 그리고 비명. 전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게 1990년의 일.

 

     시간이 흘러, 2006년 7월 6일. 유사한 형태의 가정폭력은 또 한 번 일어난다. 조금 더 끔찍한 방향으로. 페니와 브래드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자라나 결혼하였다. 가정폭력의 폐해를 똑같이 되물림하는 부모가 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며 결혼한 두 사람은 네 명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싸운다. 페니는 중상을 입고, 페니의 친구는 살해당한다. 브래드는 감옥에 간다. 이 모든 일은 네 명의 어린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생상하게 일어났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이들은 그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며 제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아이로 자라난다. 밝은 성격을 지닌 아이, 속내를 잘 털어내지 않는 무던한 아이, 도무지 성격을 종잡을 수 없는 아이, 기쁘다가도 우울하게 보이는 아이. 가정폭력 아래 남겨진 네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은 무척이나 우울하고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는 순간은, ‘닥터 필’ 에 나간 페니가 자신이 브래드로부터 당했던 고통을 털어놓으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페니의 큰 딸 첼시이다. 첼시는 방송 직후, 큰 분노를 느끼지만 그 이후에야 자신이 갖고 있었던 오해에 대한 생각들을 달리한다. 첼시는 아버지를 매우 사랑하는 아이였다. 아버지를 롤 모델로 삼았고,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했다. 아버지가 하는 말은 전적으로 믿었고, 그렇기 때문에 ‘놀러만다니는’ 어머니를 미워했다. 그러나 첼시는 방송 이후 어머니와 함께 뉴욕에 다녀오면서부터 달라진다. 첼시는 생일에 아버지의 면회를 가겠다고 말한다. 페니는 허락하지 않는다. 마침내 허락된 면회의 이틀 전, 첼시는 아버지로부터 거절당한다. 첼시는 브레드가 페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감옥에 들어간 순간에도 아빠를 사랑했다. 계속 사랑했다. 첼시는 이제 어머니를 이해한다고 했다.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었다.

 

    첼시의 행동 변화가 주는 의미는 분명했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다. 피하거나, 맞서 싸우거나. 문제를 피하기만 하는 것은 옳은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한다. 페니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것은 분명 가슴 속 깊이 내재되어 있는 분노일 것이다. 페니는 가정폭력 속에서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 문제를 피하기만 했고, 가슴 속 분노는 점점 쌓여갔다. 첼시는 페니와 달리 맞서 싸우고자 했다. 폭력의 주체이자 문제의 원흉인 ‘아버지’ 를 다시 만나고자 했다. 첼시의 분노는 사그러들었다. 그런 결심을 한 첼시는 눈에 띄게 밝아졌으며, 공부에 대한 의욕도 높아졌다. 문제에 맞서 싸우고나서야 비로소 힘을 얻은 것이다. 그게 바로 직면의 ‘힘’ 이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옆집 아이> 스틸컷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힘을 얻는다. 문제를 피하면 피해자에 머무르지만, 맞서 싸우면 생존자가 된다. 페니와 가족들은 가정폭력의 생존자가 되었다. 페니와 네 아이들은 자신들과 유사한 다른 가정 폭력 아래 놓여 있었던 사람들을 위한 행사에도 참여한다. 그들은 밝아졌고 웃게 되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전세계 2억 7천 5백만의 아이들이 가정폭력 아래 놓여 있으며, 그들을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 아이들 중 내 옆집에 살고 있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옆집 아이’ 에게 일어나는 일처럼 흔하게 발생하는 가정폭력. 그 위험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에 직접 맞설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우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