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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사람들]'나'를 찾는 기나긴 여정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9. 04:33

돌아보는 사람들

: 나를 찾는 기나긴 여정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돌아보는 사람들> 포스터

  

돌아보라,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라.

 

   노년의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는다. 그들은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다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혹은 할 예정인) 사람들이다. 한 번도 어렵다는 성전환 수술을 두 번 거쳤다는 얼굴과 몸엔 남성성과 여성성이 동시에 깃들어 있어 언뜻 그들의 성 정체성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두 사람이 젊은 시절 사진을 함께 보며 살아 온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쯤에서 나는 그들의 얼굴 뿐 아니라 성 정체성에서도 모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1961년 성 전환 수술을 한 올랜도는 동성애자였다. 그러나 동성애가 불법이던 60년대 덴마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노인들에게 뒤를 파는 일 뿐이었다고 한다. 올랜도는 사랑받기 위해, 남자가 만들어주는 안온한 가정과 화목함을 위해여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다른 주인공 미카엘은 소심하고 남자답지 못한 탓에 늘 외로웠다. 그는 마침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남자로 사느니 존중받는 여자가 되는 게 낫겠다.”는 판단 하에 1991년 수술을 하여 여자가 된다. 보통, 자신의 신체에 달려있는 생식기가 내면의 성 정체성과 판이하여 큰 고통을 겪는 경우, 신중한 의학적 절차를 걸쳐 성 전환 수술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여자가 된다는 것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불행한)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욕망이 그들을 여자로 만든 공통점이었다. 여자로 산다는 것이 올랜도에게는 안온한 가정을, 미카엘에게는 하나의 존재로서 존중받는 삶을 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돌아보는 사람들> 스틸컷

 

   그러나 둘은 그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처음 그들은 여자로서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했다. 올랜도는 11년간 비록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숨긴 채이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경험했고 미카엘은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같은 난관에 봉착한다. 올랜도의 남편은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올랜도는 그 소망을 들어줄 수 없었다. 남편은 올랜도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둘은 이혼하게 된다. 미카엘 역시 자신이 상상했던 여성의 삶이 생각보다, 남자보다 훨씬 더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둘 모두 여자로서의 증명에 실패했다는 지점으로 보인다. 외양은 달라졌지만 올랜도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미카엘 역시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불합리를 남성의 관점에서견딜 수 없었다. 올랜도와 미카엘은 새로운 삶, 행복한 삶을 찾아 자신의 외양을 바꿨지만 여자로서의 증명에 실패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원하던 진짜 삶을 찾는 것 역시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남자의 외양으로 되돌아온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그들은 남자로, 혹은 여자로 사는 것이 자신의 진짜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은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 수 없었던 조건으로부터 변화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진실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삶의 무게, 그리고 남자로서 어떠한 역할을 강박적으로 요구하는 지긋지긋한 젠더규범의 강압은 아니었을까?

 

   성 전환 수술의 감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가면 몇 개쯤은 가지고 있다. 여성이 화장을 하는 행위, 남성들이 하는 마초적 제스쳐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쓰는 가면이다. 가면을 쓰고 맡은 바 역할을 훌륭히 연기해 내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가면 쓰기를 통해 더욱 더 여성/남성스러워 지려 애쓴다. 그러나 성별이 주는 몇 개의 가면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개별성의 우리는 고통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긴 이야기 끝에 마침내, 두 사람은 결론에 도달한다. 바로 나 자신으로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내 삶의 진짜 얼굴은 그저 나 자신 그 자체임을. ‘라고 정의 내려진 것 그 이상의 나를 찾는 일이야 말로 내 삶을 찾는 일이란 것을 말이다.

 

   <돌아보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결을 가진 영화이다. 이것은 트랜스 젠더, 동성애라는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진짜 를 가리는 사회적 가면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성격을 띠기도 한다. 6-70년대 LGBT의 사회, 문화, 역사적 맥락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할 수 있는 히스토리적 성격 역시 가지고 있다. 처음 트랜스젠더라는 화두에서 시작해 LGBT 전반, 그리고 종국적으로 자아와 내 진짜 삶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영화는 확장된다. 우리는 남성 혹은 여성의 삶에서 좀 더 나아가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지긋지긋한 젠더의 강박이 아닌 그 가면 속의 단일하고 특별한 를 깨닫고 드러내는 일이야 말로 진정 나와 내 삶을 돌아보는 생산적 행위가 아닐까.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이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