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박제된 공주] 박제됨이 현실된 사회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10. 03:32

박제된 공주

드라마, 스릴러/ 17분

감독 전하영

 

 


 주인공은 감당할 수 없는 집세 때문에 이사 갈 방을 구한다. 그녀가 갈 수 있는 방은 벽지에 손만 닿아도 까맣게 때가 묻어나오는 곳. 화장실에서 손에 묻은 때와 함께 조용히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복덕방 아저씨는 운이 좋다며 방을 소개시켜준다. 그 방은 급히 유학 가기 위해 나온 방으로 '0' 하나가 덜 붙은 듯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된다. 무엇인가 수상하지만 그녀에게는 당장 길바닥으로 나앉는 것 보다 나쁠 수 는 없다. 입주한 집에 대한 진실은 서서히 드러난다. 그 방은 범죄자의 집으로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진 장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청년의 배고픔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생각했었다가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지만 감독은 직접적으로 스릴러를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에서 집은 우리 사회가 축소된 공간으로써 해석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터지는 기사들로 드러나는 오염되고 있는 사회를 집이라는 공간으로 감독은 압축시켜 표현했다.

 

제 7회 여성인권 영화제 <박제된 공주> 스틸컷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생활비 때문에 삶이 버겁다는 것 빼고 그녀의 주변에 어떠한 위험의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그녀를 연결시키는 고리가 있다면 ‘불안’이라는 요소 일 것이다. ‘불안정’한 그녀의 삶은 밖에서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과 일말의 고리를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 불안은 그녀가 생각했던 보호지대를 벗어났을 때 눈앞에 확연히 드러난다. 정작 집주인인 그녀 자신의 집이 범행의 현장이었다는 것을 우연한 계기로 발견한다. 바로 그녀가 싸온 접시를 포장한 신문지를 통하여 알게된다. 불안은 그렇게 예기치 않은 순간에 직면하곤 한다. 기사를 읽고 난 그녀가 한 행동은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보는 것이다. 창 밖에는 저물어가는 하늘 아래의 깔린 수많은 집들이 보인다. 불을 켜지 않고 창가에 서 있는 그녀의 등 뒤에도 같은 어둠이 깔린다. 그것에서 주인공의 앞으로가 점점 더 어두워질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녀의 옆으로 나 있는 창 틀은 그녀가 그 속에 갇힌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박제된 공주의 뒷모습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박제된 공주> 스틸컷

 

 복덕방 주인은 말한다. “참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더라고.” 나는 이 장면에서 세상물정에 해박하다고 그녀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우리는 조금 더 안다고 해서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NO이었다. 길바닥에 나앉지 않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주어진 대안은 또 다른 삶의 연장선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는 범죄뉴스, 청년실업 문제 등 우리의 등을 짓누르는 버거움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간다. 박제 된 가죽 안에서도 공주의 삶은 흘러갈것이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공주가 속한 환경은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이 아닐까?

 


 

여성인권영화제피움뷰어 - 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