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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의 대화] <녹><소풍><나와 나의 거리> 가족과 나, 자기와 나, 관계의 고민을 영화로 풀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7. 17:44

 

가족과 나, 자기와 나, 관계의 고민을 영화로 풀다

경쟁부문 <><소풍><나와 나의 거리> 감독과의 대화 -

 

영화 <소풍>

 

927일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경쟁부문 중 김조영현 감독의 <>, 조규일 감독의 <소풍>, 문창현 감독의 <나와 나의 거리>가 함께 상영되었다. <>은 폭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한 가족의 모습을, <소풍>은 할머니와 손녀가 연대를 통해 힘을 얻는 장면을, <나와 나의 거리>는 감독이 고민을 통해 자기와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녀에게 가족의 폭력은 아무리 뜯어도 사라지지 않는 녹 같다. 소녀가 자해하고 오빠를 공격해도 이튿날 저녁이면 가족들은 제자리로 돌아와 밥상 앞에 모여 앉는다.

 

소풍

민주는 할머니에게 화를 낸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도 놀러 가자고 하거나 신발을 숨기면서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와 나의 거리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하지만 2년째 완성작이 없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주제로 촬영을 시작한다.


 

세 개 단편영화의 한 시간여 영화 상영이 끝나자 관객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있었다. 진행은 영화제 프로그래머 남기웅이 맡았다.

 

 

영화 <나와 나의 거리>

 

나와 나의 거리는 나에 대해 고민한다는 주제를 그대로 옮긴 제목

- 문창현 감독

 

각 감독들에게 제목을 짓게 된 이유를 질문하자 문 감독은 “‘나와 나의 거리는 나에 대해 고민한다는 주제를 그대로 옮긴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아직도 나와의 거리가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며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속해서 점점 좁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조영현 감독은 손상된 부분을 완전히 새로 칠하지 않는 한 계속 녹이 스는 것처럼 가족은 바꿀 수가 없다는 의미에서 이라는 제목을 정했다.”라고 답했다. “그 자리에 계속 있기 때문에 제 살 뜯는 것처럼 들여다봐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조규일 감독은 할머니와 손녀가 손잡고 외출하는 장면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짓고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소풍>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한 관람객은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와 손녀 관계를 너무 잘 표현해서 여성일 줄 알았다는 소리에 조 감독은 본인의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산책을 하던 날 불편하신 할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손을 잡아 드렸는데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되었다. 할머니의 격려 덕분에 영화를 제작할 용기를 얻었다.” 라고 말했다.

 

자기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

- 조규일 감독

 

<><소풍>에서는 주인공이 자살 기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자살기도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관람객이 묻자 조 감독은 숨을 참는 장면은 민주의 괴로운 심정을 표현한 것일 뿐, 정말로 죽으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김조 감독 역시 동의하며 자살기도는 가장 극단적인 자기학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투정을 부리거나 투쟁하듯이 자기의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고, 변화의 계기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녹>

 

가족 내에서 고통이 순환구조처럼 반복되는 이유를 관객이 질문하게 하고 싶었다.”

- 김조영현 감독

 

<>의 사실적인 가족묘사는 김조 감독 본인의 십대 시절 기억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당시 내게 우리 집은 어디 하나 숨을 곳이 없고, 매 순간 전투를 벌여야 하는 곳이었다.” 김조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과거에 경험했던 감정들을 소녀를 매개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같은 상황에서 다른 가족구성원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고도 이야기한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사랑하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러나 어차피 떼어낼 수 없는 관계잖아요. 가족이 준 피해의 상황을 넘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