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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의 대화 ] 경쟁부문 <23°C><우리 공주님><외모등급><친밀한 가족> : 짧은 네 편의 영화는 오히려 그 여운이 4배로 길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9. 27. 23:24

 

짧은 네 편의 영화는 오히려 그 여운이 4배로 길었다

경쟁부문 <23°C><우리 공주님><외모등급><친밀한 가족> 감독과의 대화 -

 

영화 <우리 공주님>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9월 27일 탁세웅 감독의 <23°C>, 사희욱 감독의 <우리 공주님>, 송원찬 감독의 <외모등급>, 마지막으로 윤다희 감독의 <친밀한 가족> 총 4편의 단편영화가 연속 상영되었다. 이어서 탁세웅 감독과 사희욱 감독 그리고 <우리 공주님>에서 택시를 함께 타는 고등학생 역의 한지수 배우와 함께 감독과의 대화(GV)를 진행하였다.

 

다양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던 네 편의 영화

 

네 가지 영화 모두는 분위기도 주제도 다양했다. 상영관 관객들은 때로는 엄숙하면서 때로는 유쾌하게 영화를 관람했다. <23°C>는 홀로 살아가며 인간과의 소통을 기다리는 노인 여성의 외로움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성냥불을 지피는 장면은 몽환적이며 겨울바람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에 관객들은 몰입했다.

 

<우리 공주님>에서는 아내와 이혼한 후 사춘기 고등학생 딸과 살아가는 택시기사가 주인공이다. 택시 안에서 딸과 같이 고등학생인 승객을 태우고 학생의 전화통화를 엿듣게 되며 주인공은 긴장감 넘치는 심리변화를 드러낸다. 관객들은 그의 심경에 동참하며 그 다음의 상황을 궁금해 하게 된다. <외모등급>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품평 문화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내신성적에 외모가 등급으로 매겨진다는 설정이다.<친밀한 가족>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두 자매가 떨어져 살아가는 감독 본인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정상가족’의 틀을 벗어난 삶을 사는 감독의 진솔하고 담담한 내레이션에 관객들이 모두 귀 기울였다.

 

감독과의 대화 현장, 그들의 영화가 궁금하다

 

<23°C>와 <우리 공주님>의 감독 두 사람이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났다. 여러 영화가 상영된 만큼 질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 독립영화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다며 낯설지만 강력한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들에 대한 소감을 밝힌 관객도 있었다.

 

영화 <23°C>

 

 

"23°C는 사람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최소의 온도"

- 탁세웅 감독

 

한 관객은 영화 <23°C>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궁금해 했다. 탁세웅 감독은 “23°C는 사람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최소의 온도다. 또 첫 장면에서 주인공 할머니가 읽는 성경 속 구절이 시편 23편이다. 시편 중 가장 유명한 것인데 사람들이 의지를 많이 하는 성경 구절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공주님> 사희웅 감독은 “원래 제목은 ‘아버지의 이름으로’였지만 아버지들이 보통 딸에게 ‘우리 공주님, 우리 공주님’이라고 말하는 데서 영감을 받고 제목을 확정했다.”고 답했다.

 

영화 <23°C>에는 할머니가 성냥을 붙이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아이가 풍선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 등장한다. 관객이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에 대한 바람이 복합적으로 표현 된거 같다”고 하자,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성냥팔이 소녀가 연상될 것 같아서 그 장면에 판타지를 넣으면 아이러니하게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학교 폭력을 묘사하려 행실이 나쁜 학생의 연기를 하려했다. 하지만 결말이 열려 있는 만큼..."

- 한수지 배우

 

감독뿐 아니라 <우리 공주님>의 한수지 배우도 질문을 받고 답을 했다. “열린 결말이기에 모호할 수 있는 캐릭터의 성격을 어떻게 잡고 연기를 했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학교 폭력을 묘사하려 행실이 나쁜 학생의 연기를 하려했다. 하지만 결말이 열려 있는 만큼 관객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23°C>에 대해 "여성노인의 빈곤을 자세히 그렸는데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탁세웅 감독은 “거대한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와 어릴 적 같이 살았는데 노인이 되며 할머니가 많이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여기서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밥이나 제도가 아닌 '관심'이 아니지 않았을까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질문을 했던 관객은 “결국 할머니가 원했던 관계는 사회제도적 관계랑 밀접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고 이야기는 좀더 풍성해졌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