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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WOM TALK] 무뎌진 양성평등의식을 일깨우는 페미니스트 선배들의 메시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8. 01:41

무뎌진 양성평등의식을 일깨우는 페미니스트 선배들의 메시지

 미국의 두 번째 여성주의 물결 이야기 <페미니스트에게 듣다> -

 

 

 

9월 27일 저녁 상영한 제니퍼 리의 <페미니스트에게 듣다>는 미국 두 번째 여성주의 물결의 활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젊은 세대를 일깨우기 위해 선배 페미니스트들을 찾아가 당시 활발했던 여성주의 운동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내 딸이 당당하게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도록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있었던 여성해방운동은 미국 여성의 지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그 덕분에 현재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성차별이란 건 옛날에나 일어났던 이야기처럼 치부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페미니즘은 당당히 얘기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양성평등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명명하는 것을 꺼린다.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서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모으는 건 여성주의 운동이 정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당시 여성주의 운동이 일어난 배경과 운동 이후의 사회변화를 전달해 보여줌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페미니즘 본연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운동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피움톡톡- 페미니즘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으킬 방법에 대한 토론

 

상영 후 영화 주제에 대한 대화를 관객과 나누는 '피움톡톡'은 한국여성의전화 김홍미리 회원이 진행했다. 게스트인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한국에서도 페미니즘 운동을 한 선배들이 있었다. 보는 내내 그분들 생각이 났다. 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 많은 여학생이 이 자리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미국 여성에 대한 영화이기에 한국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지만, 여성주의 운동을 이끌어 나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한다.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페미니스트 선배들이 뭘 했는지 잘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비슷한 형식의 영화를 만든다면 세대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관람객이 젊은 세대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적단 말에 공감했다. "예전에 대학에 성 평등 관련 수업은 400명씩 수강했었다. 요즘은 신청자 수가 적어 폐강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90년대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페미니스트의 말이다. 여성주의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한 관람객은 이렇게 말한다. "고용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다 생각하고 오히려 남자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여자 대 남자, 여자 대 여자의 대결이란 신화

 

이 교수는 "가시적인 소수 여성의 약진을 언론이 과장 발표해서 남성이 누려야 할 혜택을 뺏긴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높은 고시 합격률을 예로 드는데, 여성이 고시로 몰리는 이유가 일반 취업시장에서 존재하는 고용차별 때문이란 사실은 간과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이 유리해졌단 생각이야말로 신화다. 마치 여성과 남성이 대결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방식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여자 대 남자의 대결구도뿐만 아니라 여성 간의 대결도 익숙한 구도다. "IMF 이후 드라마를 보면 여자 두 명이 연적으로 등장하는데 그중 능력 있는 여성은 늘 독한 성격의 악당이다. 이런 구도 속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 교수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신화야말로 남성에게 여성이 종속됐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자는 남자에게만 의존할 수 있다는 의식을 기반 삼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사회구조 내에서 여자가 점유할 수 있는 자리의 수가 정해져 때문에 여성 간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주의자가 될 자격은 평등을 지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여성주의자는 아니다. 한 관객은 여성대통령 당선을 척도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인식에 문제의식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여자로 태어났다고 여성으로 받는 억압의 모순을 다 느끼지는 못한다. 노동자가 다 계급의식을 가졌으면 자본주의는 없었을 것이다. 모순이 생긴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성을 띄는 사회에서는 변화가 있기 힘들다."라며 의식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한 남성은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지만, 여성주의 운동에서 남성이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불안하다는 입장을 얘기했다. 이 교수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타고 나는 게 아니며 본인이 성차별을 종식하고자 믿는다면 모두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격려했다. 이 교수는 영화 속 운동가들이 여성의 연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자유의 여신상에 거는 장면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도 남녀를 막론하고 여성주의자들이 연합하라는 깃발이 펄럭일 날을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