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부수는 그녀의 주먹
- 경쟁부문 수상작 <수지>-
상처를 부수는 그녀의 주먹 평범해 보이는 한 소녀, 수지. 여리고 얇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격투기에 뛰어난 소녀이다. 구청에서 시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복지 대상자에 집에 방문하게 된 수지는,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 그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함과 동시에 가장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준 사람. 쓰다듬는 손, 엄마에게 말하면 안된다던 목소리, 이불 밑으로 엉겨 붙던 다리. 수지를 비참하게 만드는 상처들을 만들어 낸 그 장본인은 다시 자신을 찾아온 수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많이 컸네” 라고 말한다. 수지는 더 이상 입을 다물지 않는다. 이젠 아무것도 아닌 그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던 상처를 부순다. 어린 시절의 고통이 만들어낸 연장선을 끊어내기 위해, 그녀의 주먹은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수지들을 위한 통쾌한 한방 ‘어리기만 한 여자’는 힘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그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수지들이 태어나 상처를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괴로움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수지>
이 작품은 그러한 ‘수지’들을 위한 통쾌한 한방이다. 약자의 위치에만 놓여져 있던 소녀가, 자신을 굴복시키는, 혹은 굴복시키려한 자들을 역으로 짓밟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엄청난 통쾌함을 선사한다.
수지는 더 이상 당하지 않는다. 주저앉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다. 자신을 굴복시키려 하는 것들을 통쾌하게 밟으며 앞으로 향한다. 멈추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수지는 다른 곳에서 멈춰있는 또 다른 수지들을 향해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를 억압하는 고통을, 상처를 부시고 앞으로의 길을 씩씩하게 걸으라고.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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