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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여성의 몸과 자유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6. 15:33

 

여성의 몸과 자유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타고난 생리학적인 차이를 기준으로 인간을 분류한다면, 사회적으로 형성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차이는 어디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9월 25일 목요일부터 28일 일요일 4일 동안 진행된 여성인권영화제에 피움뷰어로 참석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가지게 된 의문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영화제 행사에 참석하기 이전에, 필자는 ‘여성인권영화제’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여성의 인권’이 상영되는 영화 대부분의 주제이리라 짐작했었다. 즉,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나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 등을 다루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은 오로지 ‘여성의 인권’만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신체적 또는 사회적 약점을 가진 약자들, 여성성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남성, 이들과 어울려 조화로운 삶을 이어나가고자 노력하는 소위 ‘일반적’인 사람들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오히려 상영된 영화들 중의 몇몇을 포괄하는 내용은 특별히 ‘여성’이나 ‘인권’이라는 소재를 끌어오지 않고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바로 사회적인 압력과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때로는 이슬람의 천문학도 소녀가, 또는 춤을 추며 공연하는 장애인이, 간이 의료실을 차린 배를 몰고 국제수역을 오가는 인권운동가 등이 차례로 전달하고 있었다. 

 

<파도 위의 여성들>의 레베카 곰버츠는 네덜란드에서 폴란드, 포르투갈, 에콰도르,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여성들 사이에서 초국가적인 연대를 형성한다. <춤추는 별자리>의 댄서들은 이민과 신체적 장애, 가족 간의 불화 등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관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해소한다. <달팽이>의 현호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이유로 자신을 따돌리는 일진 무리에게 여장 퍼포먼스를 통해 묵묵히 저항한다. 이처럼 ‘여성’과 ‘인권’을 다루는 포괄할 수 있는 주제들은 애초의 예상을 넘어 보다 다양하고,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이들 영화들을 포괄하는 다른 하나의 주제는 사회적인 약자로의 지목, 그리고 이에 맞서는 저항이다. 국가에 의해 낙태에 대한 자기권리를 박탈당한 여성들, 신체적인 부자유와 사회적인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개인의 취향을 이유로 부당하게 따돌림의 표적이 된 현호 등은 모두 외부의 누군가 또는 제도에 의해 소외자로 낙인찍힌 인물들이다. 영화들에서는 이렇듯 낙인찍힌 약자들이 무너지지 않고 저항하는 과정을 특히 그들의 ‘몸’에 초점을 맞추어 보여준다. 생물학적인 차이와 사회적인 차별을 막론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대항할 수 있는 능동적인 인간관을 보여준다. 이들은 ‘여성인권’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분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영화들이었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신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