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를 향한 어떤시선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톡!! <회상> -

채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영화 <회상>은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메트의 파편화된 기억을 시점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그녀의 기억에서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녀의 가족과 그녀가 지원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밀러이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밀러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회상> 상영 이후 진행된 피움톡!!<여성폭력을 마주한 얼굴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여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시선을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진행을 맡고 <혼자서 본 영화>의 저자이자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인 정희진이 함께하였다.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수많은 얼굴을 그대로 마주하기

영화가 다루는 가정폭력에 대해 정희진은 여성폭력 가운데에서도 가정폭력은 가정이라는 제도 하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나이, 계급, 인종과 같은 사회적 변수가 미치는 영향이 다른 폭력보다도 적다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학력 여성이든 저학력 여성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나이가 많은 적든 상관없이 여성들이 일단 가정 내에서 성역할 규범에 묶이고 남성과 상호작용하는 과정 자체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는 피해자 정체성을 갖기가 쉽고 외부에서도 이들을 피해자화 하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피해자 여성의 대응과 리액션이 핵심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피해 당사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개인의 매뉴얼이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가정폭력 피해자의 반응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양한 피해자의 모습을 재현하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회상>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모습을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정희진은 피해는 하나의 사건이자 에피소드로서 발생하는데 이 피해가 마치 여성의 일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만들면서 피해자화하는 사회와 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는 모든 행위나 피해는 상황과 맥락이지 그 사람의 인생이나 본질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 주인공들이 투쟁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영화는 여성의 삶에서 일부분일 수 있는 폭력을 그 개인의 정체성의 전부로 보는 우리의 시선을 비틀어낸다. 피해자 여성에게는 폭력 이외의 사회적 관계와 경험 등이 있고 이에 대한 개인의 대응과 실천은 삶의 궤적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무도 누구를 구원해줄 수 없다.

주인공 메트는 가정폭력 피해자인 밀러를 지원하고 돕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계속해서 일그러지고, 그러한 일방향적 관계도 아닌 것처럼 묘사된다. 이에 대해 정희진은 아무도 누구를 구원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비록 영화에서 메트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지만 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거짓말을 하기도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더하여 메트와 남편 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밀러가 메트의 도움으로 폭력에서 벗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자기 자신조차 구원할 수 없는 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구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변화할 뿐이다.

 

혼란 속에서 찾는 새로운 가능성

관객들은 영화 전반에 대해 과거와 현재 시점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면서 등장인물의 상황과 전 반적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혼란스럽다는 평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정희진은 이러한 전개 방식이, 구조는 간단하지만 개인의 복잡한 상황과 맥락이 관여되어 문제의 해결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가정폭력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한 관객은 남녀 사이는 둘만이 안다라는 말은 방관자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피해를 입은 당사자 또한 간단하지 않다고 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누군가가 고통받을 때 그건 두 사람의 문제야라고 말하며 방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정희진은 문제가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으로 이분화되지 않기 때문에 구조 속에서 개인의 실천과 대응이 다르다는 사실을 전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가부장제 하에 있지만 모두가 같은 가부장제 상황을 겪는 것은 아니고,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은 다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정희진은 변화의 가능성을 찾았다. 구조가 고정된 것이라면, 그리고 개인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들을 임파워링할 때, 성차별적 구조는 무너지는 것이다.”라는 정희진의 말은 우리가 구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준다.

사회는 혼란스럽고, 그 속의 개인은 더욱 혼란스럽다. 하지만 왜 우리는 여성폭력 피해자에게는 혼란을 허용하지 않는가? 정희진은 이러한 혼란을 재현하고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인식론의 자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혐오는 끊임없이 여성의 경험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의미화할 수 있는 여성의 언어를 억압한다. 따라서 결국 페미니즘은 의미 투쟁이자 해석 투쟁일 수 밖에 없다. 영화 <회상>은 혼란 속에서 새로운 여성의 언어가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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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이제 멈출 수는 없어' 2019년 10월 2일(수)~10월 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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